세상을 바꾸는 창조적 열정가들
해마다 놀라운 책들이 쏟아져 나오지만 꼭 한 권씩 내 생을 혁명할 만한 책을 만난 날이면 가슴이 뛰어 잠 못 드는 밤을 보냅니다. 심장이 심하게 뛰고 가슴이 벅차 뜨거워지는 열정을 어찌하지 못해 날이 밝으면 세상 속으로 돌진하는 돈키호테가 되어버립니다. 몇 달 동안 누굴 만나든 어디에서건 저는 이 책에 관한 이야기로 얼마나 신이 나 있었는지 모릅니다. 자신의 꿈을 끝까지 좇아간 사람들을 만나는, 꿈을 이룬 두 청년의 이야기, <세상을 바꾸는 대안기업가 80인>이 바로 그 책입니다.
그들의 이 거대하고 멋진 프로젝트의 동기는 무하마드 유누스의 자서전을 읽고 시작됩니다. 세계 최초로 소액신용대출제도를 창안해서 빈민은행인 '그라민 은행'을 설립하여 방글라데시의 극빈자들을 가난에서 해방한, 우리에게도 잘 알려진 바로 그 무하마드 유누스. 지금 우리 앞에 놓여 있는 급박한 문제들의 지속가능한 해결방법을 찾아 행동하고, 발명하고, 창조하고, 건설하는 이들 대안기업가들의 삶은 단순히 생태ㆍ환경을 위해 애쓰는 위대한 인물들이라기보다 우리 삶의 근원적인 방식과 태도를 되돌아보게 하며 동시에 꿈을 이루는 동력인 창의적 열정과 진지함 그리고 타인과 자연에 대한 사랑을 가장 실용적인 방법으로 보여줍니다. |

'대안기업가 80인'(프랑스어) 보기 |
꿈같은 일들이 실제로 일어나고 그것도 사회적ㆍ윤리적 책임을 다하면서도 막대한 이윤도 창출하는 기막히게 조화로운 이들의 기업 활동은 농업, 건축, 교육, 지속가능한 에너지, 생물종의 다양성, 공정무역, 산업생태학, 쓰레기처리, 보건위생, 교통, 도시계획에 이르기까지 다양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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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미 우리나라에서도 시행하고 있는 몇 개의 방식들도 눈에 띄었지만, 제가 주목한 것은 그들의 공통점이 작은 규모의 이상주의자들이 모여 세상을 변화시킬 수 있다는 희망으로부터 시작되었다는 점입니다. 또한 자연이 가장 창의적인 방법을 제공하며 자연 그대로의 생명에서 영감을 얻는 사람들이 많았다는 점입니다.
과도한 이상주의적 비전이 현실과의 괴리를 통해 포기되고 소외되는 것이 아니라, 개인적인 소망들이 사회적ㆍ윤리적 책임과 결합되어 자신들의 일상을 행복하게 살아가면서도 세상을 더 나은 미래로 바꾸는 사람들이 많았다는 점입니다. 또 그 영웅들, 대안기업가들을 따르는 노동자나 지지자들도 그들의 수입을 자신의 탐욕을 채우거나 소비재로 구입하는 데 사용하지 않고 보다 나은 미래를 준비하기 위해 기꺼이 동참하는 사람들이 많았다는 점입니다. 아름다운 연대의식이 아닐 수 없습니다. |
다시 무하마드 유누스의 이야기로 돌아가서 그가 그라민 은행을 세우게 된 계기를 보면 다음과 같습니다. 미국에서 박사학위를 받고 컬럼비아대학교의 경제학 교수가 된 그가 독립한 조국 방글라데시로 귀국한 해로부터 3년 동안 150만 명 이상의 사람들이 기근에 시달려 목숨을 잃었습니다.
"사람들이 거리에서 굶어죽고 있는데 나는 현실에 직접적인 영향도 주지 못하는 우아한 경제이론을 가르치고 있었습니다. 강의실 안에서 보호받은 채, 모든 해답을 다 갖고 있다고 주장하는 것이 얼마나 오만한 일인지 깨닫기 시작했습니다. 나는 가난한 이들을 나의 스승으로 삼겠다고 결심했습니다."
30년 전의 이야기지만 그의 이런 결단은 제게 큰 감명을 줍니다. 그리고 그는 젊은이들에게 "직업을 찾지 말고 창조하라"고 권고합니다. 또한 영원한 열정의 인간 무하마드 유누스는 이렇게 믿습니다. "무엇보다 사슬의 첫 번째 고리를 푸는 데 관심을 두어야 합니다. 그것은 사람이죠. 사람에게 희망을 되돌려 줘야 합니다."
꿈꾸는 청소년들에게 묻고 싶습니다. 이렇게 강렬한 자극이 될 만한 사람들을 몇 명이나 만나보았는지를. 경험해 보았는지를. 만약, 그렇지 못하다면 우선 이 책을 꼭 읽어보라고 권하고 싶습니다. (리뷰는 <출판저널> 2006년 9월호 '허아람의 독서일기'를 축약한 것임)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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