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버드 비즈니스 스쿨의 로자베스 모스 캔터(Kanter) 교수의 하루는 잠시도 쉴 틈이 없어 보였다. 기자가 약속 시간보다 10분 전에 연구실에 도착하자, 그는 "학생과 면담 중이니 정각에 시작하자"며 양해를 구했다. 큰 눈에 쩌렁쩌렁한 목소리. 첫인상에서 강한 카리스마가 느껴졌다.
그는 '기업 분석의 대모(代母)'로 불린다. 2001년 영국 일간지 더 타임스가 꼽은 '세계에서 가장 영향력 있는 50인의 여성' 중 한 명이며, 또 피터 드러커(Drucker), 톰 피터스(Peters), 오마에 겐이치 등과 함께 세계 5대 경영 컨설턴트로 평가받고 있다.
10분 후 문이 열리고 "들어오라"는 신호가 떨어졌다. 기자에게 주어진 시간은 딱 40분. "자, 무엇에 대해 얘기해 볼까요." 그는 긴 속눈썹을 깜박이며 만면에 웃음을 지었다.
캔터 교수는 2년 동안 전 세계 350개 선도 기업 경영진을 일일이 만나 인터뷰한 뒤, 지난 1월 하버드 비즈니스 리뷰에 '변화하고 있는 거인(transforming giant)'이란 논문을 실었다. 그의 글은 이렇게 시작한다.
'대기업은 굼뜨고, 유연하지 못하고, 관료적이라고? 세상이 변했다. 거인(巨人)도 날쌔고 유연할 수 있다.' IBM, P&G(프록터앤드갬블), 시멕스(Cemex), 시스코(Cisco), 방코 레알(Banco Real) 등 거대 기업들이 마치 작은 벤처기업처럼 재빠르게 움직인다는 것이다.
―'좋은 가치'는 모든 기업이 추구하기 마련입니다. 구체적으로 어떻게 자신의 가치를 다른 기업과 차별화할 수 있죠?
"정말 좋은 질문입니다. 모든 기업들이 "우리는 더 좋은 세상을 만들고 싶어"라고 얘기하겠죠. 하지만 대부분 실제 행동은 그렇지 않습니다. 왜냐하면 '좋은' 것을 넘어서는 구체적인 원칙과 임무를 밝히지 않기 때문입니다.
예를 들어 볼까요? 남미의 '방코레알'은행은 몇 년 전에 사명(使命·mission statement)을 바꿨습니다. 과거의 사명은 '고객에게 서비스하는'이었지만 지금은 '사회에 서비스하는'입니다. 물론 사명만 바꾼다고 다 해결되는 것은 아닙니다. 모든 의사 결정과 직원들이 일하는 방식에 이런 가치가 속속 배어 들어가야 합니다.
어제 수업 시간에 2가지 기업 사례를 비교했었습니다. 한 기업은 봉사 활동 같은 것을 열심히 해서 CSR(corporate social responsibility·기업의 사회책임) 점수가 매우 높고 여러 기관에서 상도 많이 받은 기업입니다. 하지만 그 기업은 정작 감동을 주지는 못했어요. 그 기업의 제품이나 영업 방식은 다른 기업과 크게 다르지 않았죠.
하지만 P&G는 세계에서 가장 존경 받는 기업 상위에 항상 오르며 감동을 전달합니다. P&G가 학교 급식을 주고 기부를 많이 해서 그런 것이 아닙니다. 직원들에게 동기를 부여하는 방식, 지역민들에게 교육 서비스를 제공하는 방식 등이 모든 P&G라는 이름 아래에서 모두 일관성을 가졌기 때문입니다.
기발한 사명이나 마케팅 전략은 금방 경쟁사가 베낄 수 있습니다. 하지만 기업 전체에 스며들어 있는 '문화'는 쉽게 베낄 수 없는 것입니다."
―어떤 기업들이 인재를 끌어들이나요? 인재는 기업의 어떤 면에 반합니까.
"두둑한 월급 봉투도 유인 중 하나가 되겠죠. MBA 학생들 중에 졸업 후에 학자금 대출을 갚아야 하는 경우도 많으니깐요.
하지만, 요즘 인재들에게는 무엇보다 '영향력(impact)'이 중요합니다. '나로 인해 세상이 변한다'는 보람을 느끼고 싶어합니다. 또 아무나 하기 힘든 일에 '도전'하는 일도 즐기죠.
제가 가르치는 MBA 학생들도 공통적으로 입에 올리는 말이 바로 '영향력(impact)'입니다. 아주 멋진 말이죠. 요즘 똑똑한 학생들은 상사가 일방적으로 일을 주문하면 금방 싫증을 내고 직장을 떠납니다. 하지만 팀 단위로 움직이면서 자신이 팀장의 역할, 리더의 역할을 하면 월급이 좀 작더라도 열정적으로 일하죠.
베이비부머(babyboomer) 세대도 비슷합니다. 1960년대 적극적인 사회참여 활동을 한 뒤 사회에 진출해 성공한 그들은 '이상'과 함께 '현실 감각' 또한 갖추고 있습니다. 어느 정도 생활을 유지하면서도 사회에 기여하는 직업을 원해요."
―거인이 날쌔기까지 한다는 것은 매우 모순적으로 들립니다.
"우리는 매우 흥미로운 세기를 살고 있어요. 서로 상반되는 듯한 가치들이 오히려 공존하는 시대예요.
이를테면 '표준화(standardization)'가 오히려 우리를 자유롭게 하는 시대죠. 굉장한 열정을 필요로 하지 않는, 대부분의 평상적인 일은 쉽게 처리되도록 '표준화'하는 것이 옳아요. 업무 과정을 간단하게 함으로써 오히려 창의적으로 생각할 시간을 벌어주는 셈이에요.
예를 들면 멕시코계의 다국적 시멘트 회사인 시멕스(Cemex)의 파이프는 전 세계 어디를 가든지 색깔이 같아요. 천연가스를 운송하는 파이프는 파란색, 공기를 수송하는 파이프는 흰색으로 통일시키면 매니저들이 바뀔 때마다 기본 구조를 파악하느라 힘 뺄 일이 없습니다."
―민간 기업들이 요즘은 정부의 역할까지 일부 나누고 있습니다. 이것도 '변화하는 거인'의 사례에 속할까요?
"물론입니다. 요즘 기업들은 정부와 '파트너십'을 구축하고 있어요. 공공의 선(善)을 확산시키기 위해서죠. 아이러니하죠? 표독스럽게 자기 이익만을 추구할 것 같았던 대기업이 사회 공헌에 앞장서다니요.
예를 들어 IBM은 최근에 이집트 정부에 '문화 유적과 역사 정보를 3D 이미지로 디지털화해서 후손에게 생생하게 전달하자'고 프로젝트를 건의해 성공적으로 마무리했어요. IBM은 '문화 유산 보존'이라는 정부의 역할을 일부 수행했죠. 그러면서도 이 프로젝트를 '사이버 투어'와 연결시켜 수익도 내고요.
또 양주업체인 디아지오(Diageo)는 아프리카에서 성행하고 있는 저가 맥주가 '시각 장애'와 같은 심각한 질병을 유발한다는 것을 알고 이를 막기 위해 정부와 함께 캠페인을 벌였어요. 또 불법으로 유통되는 맥주를 적발해 세금을 매기고 정부의 통제를 받도록 했죠."
―교수님이 말씀하시는 트렌드는 빌 게이츠(Gates)가 말하는 '창의적인 자본주의(creative capitalism)'와 어떤 차이가 있나요?
"누구나 신조어를 만들어 낼 수 있어요. 중요한 것은 그 단어들이 담고 있는 아이디어죠. 기업이 수익을 창출해 내는 것뿐 아니라 시장에 책임을 다하고, 사람들이 귀하게 여겨주는 제품과 서비스를 만들어 낸다는 것이 변화하고 있는 자본주의의 참모습입니다. 저는 이를 '가치에 기반한 자본주의(values based capitalism)'라고 부릅니다."
―얼마나 많은 기업들이 가치 자본주의에 동참하고 있습니까?
"아직은 충분치는 않아요. 더 많은 기업들이 동참하길 바라요. 특징이 있다면 많은 신흥시장의 기업들이 이 트렌드에 앞장서고 있다는 점이에요. 멕시코, 인도, 이집트 등에서 훌륭한 기업들을 볼 수 있습니다. 마치 1980년대와 1990년대 초반에 일본 기업의 경영 방식이 선진국에 일대의 변화를 몰고 온 것처럼 말입니다."
―교수님이 말씀하시는 '가치 자본주의'와 요즘 유행하는 'CSR'도 언뜻 비슷하게 들립니다. 어떤 차이가 있죠?
"CSR은 제가 짚은 트렌드에 비하면 작은 줄기에 불과해요. 제가 연구했던 기업들은 어떤 공통의 가치를 공유하고 있어요. 이 가치는 기업의 전 사업부에 모두 스며들어 있죠. 이 가치는 기업을 운영하는 방식 그 자체예요. 따로 떼어 낼 수 있는 사회공헌 프로그램이 아니라는 말이죠."
―이런 전략이 마케팅에도 도움이 되나요?
"어떤 면에서는 도움이 되죠. 하지만 다시 얘기하지만, 우리는 지금 마케팅 차원을 논하고 있는 게 아니에요. 이 가치는 혁신을 불러일으키는 근본 동력이에요. 어떤 제품을 내놓을지 결정하고, 어떤 협력업체와 함께 일하며, 어떻게 소비자들에게 접근할 것인지에 대한 판단을 제공하는 기준입니다. 소비자들에게 자사 제품을 사도록 유도하는 그런 마케팅 전략과는 다릅니다."
그는 '기업 분석의 대모(代母)'로 불린다. 2001년 영국 일간지 더 타임스가 꼽은 '세계에서 가장 영향력 있는 50인의 여성' 중 한 명이며, 또 피터 드러커(Drucker), 톰 피터스(Peters), 오마에 겐이치 등과 함께 세계 5대 경영 컨설턴트로 평가받고 있다.
10분 후 문이 열리고 "들어오라"는 신호가 떨어졌다. 기자에게 주어진 시간은 딱 40분. "자, 무엇에 대해 얘기해 볼까요." 그는 긴 속눈썹을 깜박이며 만면에 웃음을 지었다.
캔터 교수는 2년 동안 전 세계 350개 선도 기업 경영진을 일일이 만나 인터뷰한 뒤, 지난 1월 하버드 비즈니스 리뷰에 '변화하고 있는 거인(transforming giant)'이란 논문을 실었다. 그의 글은 이렇게 시작한다.
'대기업은 굼뜨고, 유연하지 못하고, 관료적이라고? 세상이 변했다. 거인(巨人)도 날쌔고 유연할 수 있다.' IBM, P&G(프록터앤드갬블), 시멕스(Cemex), 시스코(Cisco), 방코 레알(Banco Real) 등 거대 기업들이 마치 작은 벤처기업처럼 재빠르게 움직인다는 것이다.
캔터 교수가 이들 기업의 특징을 뽑아보니 아주 독특한 공통점이 나타났다. 서로 상반될 것 같은 2가지 목표들 사이에서 절묘한 균형을 이루고 있었던 것이다.
즉 한편으로 글로벌화하면서도 다른 한편으로 로컬화하고, 표준화하면서도 혁신적이며, 보편성을 띠면서도 다양성을 중시했다. 여기에 그치지 않는다. 수익 창출과 사회 공헌을 함께 실현하고, 사람이나 문화·책임감 같은 '소프트(soft)' 자산과 함께 기술이나 제품 혁신 같은 '하드(hard)' 자산도 함께 가꾼다.
언뜻 불가능해 보이는 이 같은 미션을 달성할 수 있는 묘약은 무엇일까? 캔터 교수는 회사 전체가 보다 큰 가치, 가슴을 울렁이게 하는 큰 비전을 공유하는 것이라고 설명한다. '이윤 극대화'라는 좁은 시야에서 벗어나 '전체 사회 선(善·good)의 극대화'를 추구하는 것이 좋은 예다.
"모든 직원이 보다 큰 가치를 공유하게 되면 일선에서 어떤 문제에 부딪혀도, 본사로부터 아무리 떨어진 곳에서 일하더라도 자발적으로 문제의 해결을 주도하게 됩니다." 캔터 교수는 이런 변화를 두고 "지금 우리 사회는 '가치 자본주의(values based capitalism)'로 접어들고 있다"고 설명한다.
즉 한편으로 글로벌화하면서도 다른 한편으로 로컬화하고, 표준화하면서도 혁신적이며, 보편성을 띠면서도 다양성을 중시했다. 여기에 그치지 않는다. 수익 창출과 사회 공헌을 함께 실현하고, 사람이나 문화·책임감 같은 '소프트(soft)' 자산과 함께 기술이나 제품 혁신 같은 '하드(hard)' 자산도 함께 가꾼다.
언뜻 불가능해 보이는 이 같은 미션을 달성할 수 있는 묘약은 무엇일까? 캔터 교수는 회사 전체가 보다 큰 가치, 가슴을 울렁이게 하는 큰 비전을 공유하는 것이라고 설명한다. '이윤 극대화'라는 좁은 시야에서 벗어나 '전체 사회 선(善·good)의 극대화'를 추구하는 것이 좋은 예다.
"모든 직원이 보다 큰 가치를 공유하게 되면 일선에서 어떤 문제에 부딪혀도, 본사로부터 아무리 떨어진 곳에서 일하더라도 자발적으로 문제의 해결을 주도하게 됩니다." 캔터 교수는 이런 변화를 두고 "지금 우리 사회는 '가치 자본주의(values based capitalism)'로 접어들고 있다"고 설명한다.
- ▲ 하버드 비즈니스스쿨의 로자베스 모스 캔터(Kanter) 교수. 기자가 방문한 날 캔터 교수는 "몰골이 엉망이니 사진은 다음에 찍자"고 해서 뒤에 다시 찍었다. /프리랜서 리처드 하워드(Howard)
―'좋은 가치'는 모든 기업이 추구하기 마련입니다. 구체적으로 어떻게 자신의 가치를 다른 기업과 차별화할 수 있죠?
"정말 좋은 질문입니다. 모든 기업들이 "우리는 더 좋은 세상을 만들고 싶어"라고 얘기하겠죠. 하지만 대부분 실제 행동은 그렇지 않습니다. 왜냐하면 '좋은' 것을 넘어서는 구체적인 원칙과 임무를 밝히지 않기 때문입니다.
예를 들어 볼까요? 남미의 '방코레알'은행은 몇 년 전에 사명(使命·mission statement)을 바꿨습니다. 과거의 사명은 '고객에게 서비스하는'이었지만 지금은 '사회에 서비스하는'입니다. 물론 사명만 바꾼다고 다 해결되는 것은 아닙니다. 모든 의사 결정과 직원들이 일하는 방식에 이런 가치가 속속 배어 들어가야 합니다.
어제 수업 시간에 2가지 기업 사례를 비교했었습니다. 한 기업은 봉사 활동 같은 것을 열심히 해서 CSR(corporate social responsibility·기업의 사회책임) 점수가 매우 높고 여러 기관에서 상도 많이 받은 기업입니다. 하지만 그 기업은 정작 감동을 주지는 못했어요. 그 기업의 제품이나 영업 방식은 다른 기업과 크게 다르지 않았죠.
하지만 P&G는 세계에서 가장 존경 받는 기업 상위에 항상 오르며 감동을 전달합니다. P&G가 학교 급식을 주고 기부를 많이 해서 그런 것이 아닙니다. 직원들에게 동기를 부여하는 방식, 지역민들에게 교육 서비스를 제공하는 방식 등이 모든 P&G라는 이름 아래에서 모두 일관성을 가졌기 때문입니다.
기발한 사명이나 마케팅 전략은 금방 경쟁사가 베낄 수 있습니다. 하지만 기업 전체에 스며들어 있는 '문화'는 쉽게 베낄 수 없는 것입니다."
―어떤 기업들이 인재를 끌어들이나요? 인재는 기업의 어떤 면에 반합니까.
"두둑한 월급 봉투도 유인 중 하나가 되겠죠. MBA 학생들 중에 졸업 후에 학자금 대출을 갚아야 하는 경우도 많으니깐요.
하지만, 요즘 인재들에게는 무엇보다 '영향력(impact)'이 중요합니다. '나로 인해 세상이 변한다'는 보람을 느끼고 싶어합니다. 또 아무나 하기 힘든 일에 '도전'하는 일도 즐기죠.
제가 가르치는 MBA 학생들도 공통적으로 입에 올리는 말이 바로 '영향력(impact)'입니다. 아주 멋진 말이죠. 요즘 똑똑한 학생들은 상사가 일방적으로 일을 주문하면 금방 싫증을 내고 직장을 떠납니다. 하지만 팀 단위로 움직이면서 자신이 팀장의 역할, 리더의 역할을 하면 월급이 좀 작더라도 열정적으로 일하죠.
베이비부머(babyboomer) 세대도 비슷합니다. 1960년대 적극적인 사회참여 활동을 한 뒤 사회에 진출해 성공한 그들은 '이상'과 함께 '현실 감각' 또한 갖추고 있습니다. 어느 정도 생활을 유지하면서도 사회에 기여하는 직업을 원해요."
―거인이 날쌔기까지 한다는 것은 매우 모순적으로 들립니다.
"우리는 매우 흥미로운 세기를 살고 있어요. 서로 상반되는 듯한 가치들이 오히려 공존하는 시대예요.
이를테면 '표준화(standardization)'가 오히려 우리를 자유롭게 하는 시대죠. 굉장한 열정을 필요로 하지 않는, 대부분의 평상적인 일은 쉽게 처리되도록 '표준화'하는 것이 옳아요. 업무 과정을 간단하게 함으로써 오히려 창의적으로 생각할 시간을 벌어주는 셈이에요.
예를 들면 멕시코계의 다국적 시멘트 회사인 시멕스(Cemex)의 파이프는 전 세계 어디를 가든지 색깔이 같아요. 천연가스를 운송하는 파이프는 파란색, 공기를 수송하는 파이프는 흰색으로 통일시키면 매니저들이 바뀔 때마다 기본 구조를 파악하느라 힘 뺄 일이 없습니다."
―민간 기업들이 요즘은 정부의 역할까지 일부 나누고 있습니다. 이것도 '변화하는 거인'의 사례에 속할까요?
"물론입니다. 요즘 기업들은 정부와 '파트너십'을 구축하고 있어요. 공공의 선(善)을 확산시키기 위해서죠. 아이러니하죠? 표독스럽게 자기 이익만을 추구할 것 같았던 대기업이 사회 공헌에 앞장서다니요.
예를 들어 IBM은 최근에 이집트 정부에 '문화 유적과 역사 정보를 3D 이미지로 디지털화해서 후손에게 생생하게 전달하자'고 프로젝트를 건의해 성공적으로 마무리했어요. IBM은 '문화 유산 보존'이라는 정부의 역할을 일부 수행했죠. 그러면서도 이 프로젝트를 '사이버 투어'와 연결시켜 수익도 내고요.
또 양주업체인 디아지오(Diageo)는 아프리카에서 성행하고 있는 저가 맥주가 '시각 장애'와 같은 심각한 질병을 유발한다는 것을 알고 이를 막기 위해 정부와 함께 캠페인을 벌였어요. 또 불법으로 유통되는 맥주를 적발해 세금을 매기고 정부의 통제를 받도록 했죠."
―교수님이 말씀하시는 트렌드는 빌 게이츠(Gates)가 말하는 '창의적인 자본주의(creative capitalism)'와 어떤 차이가 있나요?
"누구나 신조어를 만들어 낼 수 있어요. 중요한 것은 그 단어들이 담고 있는 아이디어죠. 기업이 수익을 창출해 내는 것뿐 아니라 시장에 책임을 다하고, 사람들이 귀하게 여겨주는 제품과 서비스를 만들어 낸다는 것이 변화하고 있는 자본주의의 참모습입니다. 저는 이를 '가치에 기반한 자본주의(values based capitalism)'라고 부릅니다."
―얼마나 많은 기업들이 가치 자본주의에 동참하고 있습니까?
"아직은 충분치는 않아요. 더 많은 기업들이 동참하길 바라요. 특징이 있다면 많은 신흥시장의 기업들이 이 트렌드에 앞장서고 있다는 점이에요. 멕시코, 인도, 이집트 등에서 훌륭한 기업들을 볼 수 있습니다. 마치 1980년대와 1990년대 초반에 일본 기업의 경영 방식이 선진국에 일대의 변화를 몰고 온 것처럼 말입니다."
―교수님이 말씀하시는 '가치 자본주의'와 요즘 유행하는 'CSR'도 언뜻 비슷하게 들립니다. 어떤 차이가 있죠?
"CSR은 제가 짚은 트렌드에 비하면 작은 줄기에 불과해요. 제가 연구했던 기업들은 어떤 공통의 가치를 공유하고 있어요. 이 가치는 기업의 전 사업부에 모두 스며들어 있죠. 이 가치는 기업을 운영하는 방식 그 자체예요. 따로 떼어 낼 수 있는 사회공헌 프로그램이 아니라는 말이죠."
―이런 전략이 마케팅에도 도움이 되나요?
"어떤 면에서는 도움이 되죠. 하지만 다시 얘기하지만, 우리는 지금 마케팅 차원을 논하고 있는 게 아니에요. 이 가치는 혁신을 불러일으키는 근본 동력이에요. 어떤 제품을 내놓을지 결정하고, 어떤 협력업체와 함께 일하며, 어떻게 소비자들에게 접근할 것인지에 대한 판단을 제공하는 기준입니다. 소비자들에게 자사 제품을 사도록 유도하는 그런 마케팅 전략과는 다릅니다."
입력 : 2008.05.09 13:1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