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Step 1 : 시나리오 방향 설정
예를 들어보자. 개인의 입장에서는 내가 과연 모 지역의 집을 사야 하는가, 모 대학의 OO학과에 입학해야 하는가 등이 될 수 있으며, 기업의 입장에서는 장기적으로 우리의 투자 포트폴리오는 어떻게 가져가야 하는가, 사업확장과 다각화를 진행해야 하는가, 신규설비를 구축해야 하는가, 현재보다 인재를 더 많이 보유해야 하는가와 같이 조직에서 가장 중요하게 대두되고 있는 이슈를 찾는다. 이를 ‘핵심이슈’라 부르는데, 시나리오플래닝이란 이 핵심이슈에 대한 답을 모색해 나가는 과정이라고 보면 된다. 핵심이슈에 초점을 맞추지 않은 채 시나리오플래닝을 한다는 것은 모래밭에서 바늘을 찾는 격으로 ‘뜬구름 잡기’식의 오류에 빠질 위험이 있다. 핵심이슈를 규정했다면 ‘시나리오의 틀’을 결정해야 한다.(그림 2 참조) 시간범위, 지리범위, 시나리오 테마가 그것이다. 시간범위란, 5년 후의 미래, 20년 후의 미래 등 몇 년 후의 시나리오를 그려야 하는가에 관한 것이다. 시간범위는 회사가 속한 산업의 특성에 따라 다르게 결정될 수 있다. 변화의 속도가 매우 빠른 정보통신이나 IT 업체에게 20년 후의 미래는 핵심이슈에 대한 의사결정에 별 도움이 되지 못한다. 따라서 그런 업체는 3년이나 5년 정도의 시간범위를 규정하는 것이 적당할 것이다. 만약 우리나라 산업구조의 변화나 국민의 식생활 변화 등에 관련된 시나리오를 도출하려면 적어도 10년 정도는 내다봐야 할 것이다. 시간범위는 또한 조직 내에 이미 수립되어 있는 전략과 연계되어야 한다. 만약 향후 5년까지의 사업투자전략이 이미 수립되어 실행 중에 있다면 굳이 3년 후의 미래를 그려본다고 해봐야 별 의미가 없을 것이다. 이럴 경우에는 5~10년 후의 미래를 시간범위로 채택하는 것이 보다 적절할 것이다. 시간범위 말고도 지리범위를 사전에 명확히 규정하는 것도 필요하다. 내가 집을 사야 하는가라는 이슈가 핵심이슈로 정해졌다면, 시나리오의 초점을 잘 잡기 위해서 집을 사야 하는 지역이 서울인지, 서울 내에서도 어느 지역인지를 규정해야 한다. 김치냉장고의 생산설비를 늘려야 하는가라는 것이 핵심이슈라면, 김치냉장고의 타켓시장이 지리적으로 어디까지인지를 참고로 하여 지리범위를 결정해야 할 것이다. 시간범위와 지리범위를 정한 다음에는 ‘시나리오 테마’를 결정해야 한다. 시나리오 테마를 잘 정하냐 잘못 정하냐에 따라 도출된 시나리오의 Quality가 달라지므로 매우 중요하다고 하겠다. 시나리오 테마를 결정할 때 가장 주의해야 할 점은 지나치게 테마를 좁게 설정하지 말라는 것이다. 핵심이슈가 ‘김치냉장고의 생산설비를 확장해야 하는가’로 정해졌다면, 시나리오 테마를 ‘김치냉장고의 미래’라고 규정짓는다면 별 의미가 없다. 왜냐하면 김치냉장고라는 제품은 사람들의 생활패턴과 의식변화 등에 영향을 많이 받기 때문이다. 따라서 시나리오 테마를 ‘김치냉장고를 사용하는 방식의 미래’이라고 넓게 결정해야 생산설비를 늘려야 하는지 줄여야 하는지에 대한 보다 다양한 시사점을 시나리오를 통해 찾아낼 수 있는 것이다. ▒ Step 2. 의사결정요소 파악
브레인스토밍을 통해 의사결정요소를 찾다 보면 고려해야 할 요소의 수가 굉장히 많아지는 경향이 있다. 이렇게 의사결정요소의 수가 많으면 오히려 핵심이슈에 대한 의사결정을 내리기가 어려울뿐더러 두루뭉실한 결론만 내리기가 십상이다. 의사결정요소는 핵심이슈에 대한 답을 내리기 위한 가장 1차적인 것이어야 한다. 고객의 라이프스타일 변화는 분명히 김치냉장고 판매에 영향을 미치기는 하지만 김치냉장고의 생산설비를 확장해야 하는가에 대한 1차적인 답은 줄 수가 없는 다분히 간접적인 것이다. 따라서 이 같은 것들은 의사결정요소에서 제외해야 한다. 고객의 라이프스타일 변화와 같은 요소는 따로 ‘환경요인’이라고 부르는데 이는 Step 3에서 다룬다. 또한 의사결정요소는 우리 내부의 것이 아닌 외부와 관련된 것이어야 한다. 즉 우리가 통제할래야 할 수 없는 요소만이 의사결정요소가 되어야 한다는 말이다. 자금 확보 능력, 재무상태, 인력 등은 생산설비 확장을 하느냐 마느냐를 결정하는 중요한 것들이지만, 적어도 내부적으로 어떻게든 통제할 수 있는 요소이므로 의사결정요소에서 제외되어야 한다. 이 같은 내부적 요소는 시나리오가 도출된 다음에 각 시나리오별로 대응전략을 수립할 때 고려할 점들이라 하겠다. 그러면 무엇을 알아야 김치냉장고 생산설비를 확장할지 말아야 할지를 결정할 수 있을까? 크게 2가지를 고려해야 하는데, 김치냉장고 시장은 성장할 것인가(시장성장률)와 김치냉장고 시장의 수익성은 어떻게 될 것인가가 바로 그것이다. 일반적으로 시장의 성장률은 고객수의 증가와 대체재의 출현에 의해 좌우된다. 시장의 수익성은 김치냉장고 시장에 새롭게 뛰어들 잠재경쟁자의 여부, 기존 경쟁사들의 출혈경쟁 여부, 고객들의 가격인하에 대한 압박 등에 따라 결정될 것이다. (그림 3 참조) ▒ Step 3. 환경요인 파악
정보를 수집하기 위한 틀로서 환경분석에 많이 사용되는 PEST 분석과 5 Forces 분석을 사용한다. PEST 란 거시적 환경분석의 도구인데, 정치적(Politics), 경제적(Economy), 사회적(Society), 기술적(Technology)의 앞글자를 모은 용어이다. 5 Forces는 하버드 비즈니스 스쿨의 마이클 포터가 창안한 개념으로서 기업을 둘러싼 경쟁의 양상은 기존경쟁사, 잠재진입자, 대체재, 공급자, 구매자의 힘의 균형에 따라 달라진다는 논리에서 출발한 것이다. (그림 4 참조) PEST와 5 Forces의 틀에 따른 전략적 질문을 던지면서 관련된 정보를 수집하여 의미 있는 환경요인을 찾아내야 한다. 이를 위해서 다양한 방법들이 사용될 수 있다. 미디어 스캐닝(Media Scanning)은 가장 간단하고 널리 쓰이는 방법인데, 신문, 방송, 인터넷 등 모든 미디어를 지속적으로 검색하여 PEST와 5 Forces의 틀로 정리해 두고 지속적으로 업데이트 해 나가는 방법이다. 이를 통해 모인 정보들은 우리기업을 둘러싼 세상의 변화가 어떻게 흘러가는지에 대한 큰 그림을 볼 수 있게 하며, 시나리오 도출을 위한 브레인스토밍 시에 유용한 자료로 활용될 수 있다. 마치 정보기관과 같은 역할을 담당하는 부서를 조직 내부에 설치하여 미디어 스캐닝을 전담케 하거나, 전문가 패널을 운영하여 델파이(Delphi) 기법에 의해 시장의 트렌드를 지속적으로 모니터링하는 것도 방법이라 하겠다. 여러 가지 정보원으로부터 환경의 변화상의 단편들을 찾아냈다면, 이를 의미 있게 그룹핑하여 ‘환경요인’을 만들어야 한다. 고객에 관련된 정보를 그림 5와 같이 입수했다고 하면, 이를 고객의 라이프스타일의 변화와 고객구조의 변화라는 2개 그룹, 즉 환경요인으로 묶을 수 있을 것이다. 이렇듯, 여러 가지 방법으로 환경의 변화를 모니터링 하여 얻어낸 정보를 분류하고 의미 있게 묶는 작업이 조직 내에서 항상 지속되어야 한다. 이렇게 해서 얻어진 환경요인들 중에 어떤 것은 나머지 다른 환경요인에게 지대한 영향을 미치는 요인일 수도 있고, 어떤 것은 다른 환경요인에 의해 영향을 받는 요인일 수도 있다. 여러 가지 환경요인이 발견되더라도 그 중에 가장 중요한 환경요인을 찾아내야 한다는 말이다. 이를 ‘핵심환경요인(Key Driving Force)’라고 부른다. 핵심환경요인을 찾기 위해서는 그림 6과 같은 Cross Impact 분석을 활용하는 것이 편리하다. A부터 F까지 6개의 환경요인을 찾아 냈다면 가로축과 세로축에 배열한다. 그런 다음, 세로축의 환경요인이 가로축에 환경요인에 얼마만큼 영향을 미치는지, 그 영향은 강화시키는 방향인지 약화시키는 방향인지를 평가하여 숫자를 기입한다. 숫자들의 절대값을 합해 보면 어떤 환경요인이 가장 큰 영향력을 미치는지를 알 수 있는데, 그림 6의 예시에서는 환경요인 D가 된다. 그림 6의 Cross Impact 분석표에서 나온 값을 영향도와 의존도를 두 축으로 하는 매트릭스로 옮겨서 핵심환경요인을 찾아낸 것이 그림 7이 되겠다. 그림에서는 우하단의 환경요인 D와 F가 핵심환경요인으로 선정되었는데, 결국 환경 변화의 중심에는 D와 F가 있고 나머지 환경요인은 D와 F에 의해 파생된 것이라는 의미로 받아들일 수 있다. 지금까지 Step 3까지의 시나리오플래닝 과정을 살펴보았다. 다소 어렵다고 느껴질지도 모르겠다. 그러나 조직 내에 이러한 프로세스가 훈련을 통해 정착되기만 하면 보다 미래를 내다보는 조직의 역량을 키워 효과적인 전략의 실행을 기대할 수 있을 것이다. ▒ Step 4. 시나리오 도출
이 4가지 질문을 통해 미래 시나리오의 골격을 하나씩 짜맞추어 나갈 수 있다. 각 질문의 답을 통해 그림 2와 같은 매트릭스를 그려볼 수 있을 것이다. 각 핵심변화요인들이 앞으로의 미래 변화에 미치는 영향의 수준(영향도)을 가로축에, 핵심변화요인들의 불확실한 정도를 세로축에 놓으면 그림과 같이 2X2 매트릭스가 만들어진다. 영향도는 해당 핵심변화요인이 미래를 어느 정도 뒤바꿔 놓을 것인가에 대한 정성적인 척도이므로 이해하기도 쉬울 뿐더러 오해의 소지도 없다. 그러나 ‘불확실성’의 개념에 대해서는 일반적으로 확실한 의미를 잘 모르고 있는 경우가 많은 것 같다. 그 의미를 이해하기 위해 다음 중 가장 불확실한 것이 무엇인지 맞춰보라. 자, 이 세 개의 문장 중 가장 불확실한 것은 무엇일까? 필자가 시나리오플래닝을 강의할 때 항상 이 문제를 재미 삼아 던져보곤 하는데, 3)번을 지적하는 사람이 70% 정도로 제일 많다. 1)번을 지적하는 사람은 거의 없는데, 간혹 우리나라 기상청에서 내놓는 예보는 믿을 수가 없다는 이유로 1)번이 가장 불확실하다고 강변하는 사람이 몇몇 있기는 했다. 이 문제의 답은 바로 2)번이다. 어떤 사안이 발생할 확률과 발생하지 않을 확률이 동일할 때, 즉 각각이 50%의 확률을 가지고 있을 때가 가장 불확실하다. 동전을 던질 때 어떤 면이 나오리라 예상할 수 없는 이유는 각 경우의 확률이 동일하기 때문이다. 사람들이 3)번을 가장 많이 선택하는 이유는 확률이 작다는 것을 이기기 어렵다는 승률로 간주하여 가장 미래가 불투명한 상태라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이는 불확실성의 개념을 잘못 이해하고 있는 것이다. 어떤 사람은 불확실성을 ‘불안하다’ 혹은 ‘부정적이다’라는 의미로 잘못 해석하는 경우가 있다. 예를 들어, 핵심변화요인 중 하나가 인터넷에서 ‘개인 미디어인 블로그의 성장’이라고 가정하자. 만약 이 요인을 동아일보와 같은 신문사가 접했다면 그 추세가 자사의 신문판매뿐만 아니라 광고수익에 부정적인 영향을 끼칠 것이기 때문에 ‘불확실한’ 상황이라고 판단 내릴지도 모른다. 그러나 이는 불확실성의 의미를 잘못 쓴 예가 되겠다. 불확실한 상황은 성공과 실패를 동시에 가져다 준다. 동전을 던져 앞면이 나오면 100원을 따고 뒷면이 나오면 100원을 잃는다고 하자. 각 면이 나올 확률은 동일하므로 불확실성이 높은 상황이지만, 돈을 딸 확률이 50%나 되므로 부정적인 상황인 것만은 아니다. ‘개인 미디어인 블로그의 성장’의 불확실성을 따져보려면, 성장할 것인지 그렇지 않을 것인지에 대한 확률만 판단하면 된다. 만약 성장할 확률이 50%보다 커지거나 작아지면 50%일 때보다 불확실성이 낮아지는 것이다. 또 어떤 사람은 불확실성을 ‘무모한 수준’ 혹은 ‘위험수용(Risk Taking) 수준’이라는 의미로 사용하기도 한다. 만약 국민의 소비를 위축시켜 이제 막 회복 조짐을 보이고 있는 경기에 찬물을 끼얹을 수 있다는 것을 알면서도 정부가 재정적자를 만회하기 위해 강력한 ‘증세(增稅) 드라이브’를 걸고 있다면, 위험한 줄을 뻔히 알면서도 강행한다는 이유로 ‘정부의 증세 정책 강화’라는 핵심변화요인을 불확실성이 높은 요인이라 간주할지도 모른다. 그러나, 불확실성은 정부의 증세 강화가 실제로 발생할 지의 확률에 의해 결정되는 것이지, 정부의 행동이 얼마나 용감무쌍(?)한 것인가와는 아무 관련이 없다. 다시 그림 2로 돌아가 보자. 우선 매트릭스의 좌상단 또는 좌하단에 핵심변화요인이 매핑된다면(실제로 그럴 가능성은 아주 적다) 파급효과가 미미한 것이므로 불확실성이 어느 수준이건 간에 시나리오 도출시 신경 쓰지 않아도 된다. 반면, 매트릭스의 우하단에 위치한다면 우리는 그것을 ‘트렌드(Trend)’라고 부를 수 있다. 미래의 파급효과가 크고 동시에 불확실성이 낮아 발생할 확률도 크기 때문이다. 즉, 트렌드에 해당하는 핵심변화요인은 모든 시나리오에서 항상 등장하므로 미래를 기술하는 밑바탕이 된다. 매트릭스의 우상단에 속하는 핵심변화요인이 바로 시나리오의 골격이 된다. 불확실성이 높다는 말은 발생할지 발생하지 않을 것인지 반반이라는 뜻이므로 여기서 여러 개의 시나리오가 도출된다. 만약 이 부분에 3개의 핵심변화요인이 매핑됐다면, 2 X 2 X 2 = 8개의 시나리오가 이론적으로 생겨날 수 있다. 1회 연재 때 예로 들었던 A신문사를 기억할 것이다. A신문사는 인터넷이라는 새로운 매체의 등장에 따른 핵심변화요인을 여러 개 도출했지만 영향도-불확실성 매트릭스의 우상단에 속한 핵심변화요인은 ‘독자들의 디지털 정보 선호 여부’와 ‘타신문사의 인터넷화’로 결정됐다. 이 경우, 그림 3과 같이 2 X 2 = 4개의 시나리오가 도출된다. 4개의 시나리오가 다양한 미래를 그려내기에는 너무 부족하다고 생각할지도 모르겠다. 그러나 시나리오를 도출하는 목적은 발생할 수 있는 미래의 모습 전체를 파악하려는 것이 아니라, 우리가 해결하고자 하는 주제(핵심이슈)에 관한 답을 구하는 데 있어 가장 의미 있는 미래가 무엇인지를 알아내는 것에 있다. 경험적으로 볼 때, 2개 내지 3개 정도의 핵심변화요인을 가지고 4개에서 8개 정도의 시나리오를 도출해도 핵심이슈에 대해 충분히 의사결정을 내릴 수가 있다. 시나리오가 도출됐다면 각 시나리오별 특징을 포괄적으로 나타낼 수 있는 명칭을 그림 3에서처럼 부여해야 한다. 명칭을 붙이는 이유는 조직 구성원에게 시나리오의 내용을 효과적으로 이해시키고 특정 시나리오가 실제로 진행될 때 대응전략에 따라 일사 분란하게 행동하기 위해서이다. ▒ Step 5. 시나리오 쓰기
K전자 경리팀의 중견사원 김네오 대리. 행여 지각할까 택시를 탔다. 출근길 교통체증 때문에 요금이 많이 나왔다. 김씨는 글로브박스쪽에 설치된 판독기에 휴대폰을 대고 “결제”라고 말했다. 목소리를 통해 신원확인과 결제가 이루어졌다. … (중략) 위의 글처럼 가상의 주인공을 등장시켜 드라마를 쓰듯 미래를 묘사함으로써 얻을 수 있는 2가지 이점이 있다. 첫째, 시나리오가 의미한 바를 구성원들에게 효과적이면서도 쉽게 이해시킬 수 있다는 점이다. 만약 상당히 위협이 되는 시나리오라면 구성원들에게 경각심을 일깨워 한 곳으로 역량을 집결시킬 수 있도록 해야 하는데, 이때 이와 같은 ‘가상의 소설’이 큰 위력을 발휘한다. (그림 4) 둘째, 미래를 드라마로 그려보는 과정 중에 미처 생각하지 못한 사항을 함께 고려할 수 있다는 점이다. 이것은 논리적인 사고를 바탕으로 한 상상력이 가져다 주는 이득이라고 볼 수 있다. 예를 들어, 김치냉장고를 주력으로 판매하는 회사가 만든 최초의 시나리오에는 소비자들이 얼마나 많은 김치냉장고를 사게 될 것인가에 관련된 핵심변화요인만 담겨 있다고 해 보자. 그런데, 시나리오 재료를 가지고 미래를 묘사하다 보면 김치냉장고의 판매량 증가에 관한 내용뿐만 아니라, 상상을 통해 소비자들의 라이프스타일은 어떻게 변화할 것인가로 자연스레 사고의 폭이 넓어진다. 그래서 김치냉장고가 김치 저장 이외의 다른 목적으로 사용될 수도 있다든지, 김치냉장고의 특정 기능과 디자인을 더 선호하게 될 것이라든지 등에 대해 힌트를 얻게 된다. 만약 회사 내부에 많이 쓰이는 보고서 형식에 익숙하거나 글쓰기에 대한 훈련이 제대로 되어 있지 않으면 ‘시나리오 쓰기’는 꽤 어려운 작업이 될 것이다. 시나리오플래닝을 실시하려면 회사 내부의 여러 부문으로부터 핵심 브레인을 참여시키되, 개인별 강점역량이 다양하게 포함되도록 해야 하는 것은 당연하다. 시나리오플래닝팀에는 정보수집이 뛰어난 사람, 수집된 정보의 해석에 능한 사람, 논리적인 사고가 강한 사람은 물론이고, 상상력이 풍부하면서도 글로 옮기는 능력이 탁월한 사람도 반드시 포함시킬 것을 권한다. 여담인데, 필자가 워크샵에서 참여자들에게 자신들이 수행하는 직무의 역할과 책임을 2~3줄의 문장으로 써 달라고 요청하면 매우 어려워하거나 ‘단답형’ 또는 ‘명사형’을 고집하는 사람이 꽤 있다. 이른 바 ‘불릿(Bullet)형식의 보고서’는 보기에는 간결해 보일지 모르지만 상상력과 창의력을 자극하기엔 무리다. 이 글을 읽는 CEO가 창의력과 상상력 넘치는 조직 분위기를 원한다면 모든 직원들에게 ‘보고서 작성 교육’ 말고 ‘소설쓰기’ 교육을 실시할 것을 강력 추천하고 싶다. ▒ Step 6. 대응전략 수립 지난 회에까지는 시나리오를 도출하는 구체적인 절차와 방법을 알아보았다. 이제 ‘도출된 미래의 시나리오’를 가지고 전략을 수립하는 과정인 Step 6에 대하여 자세히 알아보기로 한다. ▒ 대안의 도출
예를 들어보자. Step 1에서 핵심이슈가 ‘우리회사가 앞으로 신제품 개발을 해야 하는가?’로 정의됐다고 가정하자. 전략대안을 도출하기 위해서, 우리회사가 신제품을 개발하기로 결정했다면 ‘어떻게 해야 하는가’를 생각해보자. 여기서의 키워드는 ‘어떻게’이다. 즉, 신제품을 개발하기 위한 여러 가지 방법들을 일컫는다. ‘어떻게’라는 요소는 여러 가지로 생각해 볼 수 있으나, 신제품 개발시 고려해야 할 ‘관점’으로 대표적인 것이 개발시점, 투자 규모, 가격과 기능개발 수준, 전략적 제휴 여부 등인데, 전략대안은 이러한 관점들의 조합으로 보면 된다. 신제품 개발을 언제 해야 하는가는 개발시점에 대해서는 즉각적인 개발이 이루어져야 하는 것인지, 경쟁상황과 시장상황을 예의주시하면서 신제품 개발 속도를 조절해야 하는지에 관한 ‘개발시점’의 문제를 고려해 볼 필요가 있다. 또한, 대대적인 투자를 통해 신제품이 경쟁자보다 신속히 시장에 침투할 수 있도록 할 것인지, 아니면 전략적으로 소규모로 투자하여 경쟁자의 공격을 어느 정도 막아낼 목적으로만 신제품을 대응 개발할 것인지를 결정해야 한다. 그리고, ‘가격과 기능개발의 수준’ 관점에서 ‘가격’과 ‘기능개발 수준’은 일반적으로 서로 Trade-off 관계라고 볼 수 있는데, 업계 최고 수준의 기술을 집대성하여 그 어떤 경쟁자로 따라올 수 없을 만큼의 신제품을 내놓을 수 있겠지만 그렇게 하면 많은 개발비용이 소요되어 가격이 올라가기 십상이다. 거꾸로, 업계 최저의 가격을 달성하는 방향으로 신제품을 개발이 이루어진다면 기능개발 수준이 저하되는 것을 감수해야 할 것이다. 웬만한 혁신이 아니고는 최저의 가격으로 최고의 기능을 동시에 달성하는 경우는 매우 드물기 때문에, 회사로서는 이 2가지 요소 중 어느 것을 택할지를 고민하는 것이 보통이다. ‘전략적 제휴’ 관점도 마찬가지라 할 수 있다. 회사 내부의 역량과 자원이 부족하거나 외부자원을 활용하는 것이 더 효율적인 경우에 전략적 제휴를 채택하게 된다. 반면, 충분한 내부역량과 자원을 조달할 수 있고 내부조직 내에서 수행하는 것이 효율성 측면이나 나중에 돌아올 이익 측면에서 더 낫다면 제휴 대신 독자개발의 방법을 채택할 것이다. 신제품을 어떻게 개발할 것인가에 관련된 전략대안은 여러 관점들의 조합으로 결정되기 때문에 관점의 숫자에 따라 이론적으로는 무수히 많을 수 있으나, 전략의 초점을 명확히 하려면 우리회사가 전략을 취할 때 가장 중요하게 적용하는 관점이나 앞으로 중요하게 적용해야 할 관점을 추려내어 그 숫자를 줄여야 한다. 실제로 신제품 개발의 전략대안 도출은 매우 집중적인 노력과 시간을 요하는 과정이지만, 본 예시에서는 논의를 간단히 하기 위하여, ‘개발시점’과 ‘가격과 기능개발 수준’이라는 두 가지 관점만을 고려하기로 한다. 그림 2는 이 두 가지 관점에 의해 전략대안을 도출한 결과이다. 여기서는 신제품 개발을 하지 않는 것도 하나의 대안으로 보아 모두 5개의 전략대안이 도출됐다. ▒ 적합성 판단
전략대안과 시나리오들 사이의 적합성을 판단한 예시는 그림 3과 같다. 그림 3의 시나리오는 가상의 MP3 플레이어 제조회사의 경우를 상정하여 도출된 것으로서, 이 시나리오의 핵심이슈는 ‘차세대 MP3 플레이어를 개발해야 하는가’였다. 고객의 다양한 니즈를 만족시키기 위해 여러 가지 제품의 변화를 추구해야 하는지 몇몇 Killer Product에 집중해야 하는지와, 조기에 시장에 론칭해야 하는지 아니면 단계적으로 제품을 내놓아야 하는지의 조합에 의해 모두 5개의 전략대안이 도출되었다. 시나리오별로 붙여진 이름은 구별을 위해 붙인 것이니 몰라도 상관없다. 그림 3에서 각 시나리오별로 3점에 해당되는 전략대안이 그 시나리오에 가장 적합한 대안인데, “잠재된 위험” 시나리오와 “편안한 미래” 시나리오처럼 적합성이 3점인 전략대안이 2개 이상이 되기도 한다. 이렇게 서로 동점인 전략대안들이 2개 이상일 경우 몇 개의 기준을 가지고 다시 평가하여 가장 적합한 전략대안 하나를 택하기도 하는데, 어떤 전략대안이 상대적으로 실행하기가 용이한가를 평가하여 결정하는 것이 일반적이다. 그러나 동점인 전략대안들을 재평가하지 않고 그대로 둬도 무방하다. ▒ 최적대안 채택
전략대안 중에서 현시점에서 채택해야 할 전략대안, 즉 ‘최적대안’을 규명하기 위한 조건은 그림 4로 정리할 수 있다. 첫번째, 가장 일어날 법한 시나리오를 알 수 있다면 그 시나리오에 가장 적합한 전략대안을 최적대안으로 채택하면 된다. 그러나 이런 조건을 만족하는 경우는 별로 없으며 아주 특수한 상황에 해당된다. 지난 회에서 언급했듯이, 시나리오는 불확실성이 높은 핵심환경요인들의 조합으로 만들어지며 불확실성이 높다는 이야기는 발생할 확률이 서로 동일하다는 말과 같은 의미이기 때문에 현시점에서 여러 시나리오 중 발생할 확률이 가장 높은 시나리오가 무언지를 알아내기란 특수한 상황 아니고는 어려운 일이다. 제대로 된 프로세스를 거쳐 도출된 시나리오들은 모두 동일한 발생확률을 갖고 있다고 간주되어야 한다. 시나리오 도출을 막 끝낸 시점에 갑자기 어떤 중요한 사건이 발생하여 특정 시나리오의 발생확률이 다른 시나리오들보다 높아졌을 경우에만, 이 조건에 의하여 최적대안을 채택하면 되겠다. 두번째 조건은 ‘모든 시나리오에 대하여 항상 가장 높은 적합성(3점)을 보이는 대안을 찾는다’가 되겠다. 그림 3에서는 이 조건을 만족하는 대안은 아무것도 없다. 예를 들어, 대안 1은 “전쟁의 시작”과 “편안한 미래” 시나리오에서는 가장 높은 적합성 점수인 3점을 얻었지만, “혹독한 추위”와 “잠재된 위험” 시나리오에서는 가장 적합하지 않은 것으로 판단되었기 때문에 이 조건을 만족하지 못한다. 시나리오들은 현시점에서 모두 동일한 발생확률을 가지므로, 예를 들어 “전쟁의 시작” 시나리오에만 올인(all-in)하여 대안1을 선택했는데 예상과는 달리 “혹독한 추위” 시나리오가 현실화됐다면 엄청난 실패를 겪을 수 있으므로 조심해야 한다. 두번째 조건을 만족하는 전략대안이 없다면 다음과 같은 세번째 조건을 적용한다. 즉, 만약 우리회사가 일반적으로 위험을 감수(Risk-Taking)하고서라도 높은 성과(High-Return)을 추구하는 경향이 크다면 3점의 개수가 가장 많은 전략대안을 택하면 된다. 그림 3에서 3점의 개수를 가장 많이 가지고 있는 것은 대안 1과 대안 5인데, 이 두 개의 대안은 각각 2개씩의 3점을 가지고 있으므로 동률이다. 이런 경우에는 두 개의 대안 중에서 2점의 개수를 더 많이 가지고 있는 대안을 택하면 된다. 대안 1은 2점이 없는 반면, 대안 5는 2점이 하나 있으므로 대안 5가 최적대안이 된다. 그런데, 우리회사가 높은 성과보다는 위험을 회피하는데 더 많은 관심과 경향이 있다고 하면, 거꾸로 1점의 개수가 가장 적은 대안을 택하면 된다. 대안 3은 1점을 하나도 가지고 있지 않으므로 최적대안이라 할 수 있다. 만일 이렇게 했는데 여러 대안이 동률을 이룬다면 2점을 가장 적게 가지면서 3점을 가장 많이 가지고 있는 대안을 택하면 된다. 네번째 조건은 최악의 시나리오에 대해 가장 적합한 대안을 찾으라는 것이다. 이 조건은 최악의 경우를 회피하는 것에 우선순위를 두는 조직이라면 적용해야 할 조건이라 할 수 있다. 먼저, 시나리오들 중에서 현실화됐을 경우 우리회사에 가장 큰 손실을 입힐 것으로 예상되는 시나리오가 무엇인지를 규명한다. 그런 다음, 그 시나리오에 대해 3점의 적합성을 보이는 전략대안을 최적대안으로 택하면 된다. 예를 들어 그림 3에서 “혹독한 추위”가 최악의 시나리오라고 한다면 대안 5가 최적대안이 되고, “전쟁의 시작”이 최악의 시나리오라면 대안 1이 최적대안이 된다. 억지로 예를 들어, 만일 “편안한 미래”가 최악의 시나리오라고 가정하면 대안 1과 대안 2가 일단 선택되는데, 이 두 개의 대안 중에서 다른 시나리오에 대한 적합성 평균값이 높은 대안 1을 최적대안으로 채택하면 된다. 이번 호까지 모두 5회에 걸쳐 시나리오플래닝의 필요성과 시나리오플래닝의 절차를 설명하였다. 자세한 설명과 예시를 들다 보니 다소 길어졌다. 다음 회에는 여러분의 조직에서 실제로 시나리오플래닝 프로세스를 도입하여 운영할 수 있는 방법에 대하여 알아보기로 한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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