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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eekly Biz] 불황 속 노다지, 글로벌 '그린 뉴딜'에서 찾아라 [맥킨지가 제안하는 위기극복 시리즈](5)녹색성장

롤랜드 빌링어
김민영 맥킨지 컨설턴트

지금 전 세계가 온통 경기 침체에만 몰두해 있는 것처럼 보이지만 침체를 버틸 준비가 되어 있는 기업들엔 '장기적인 경쟁 우위를 어떻게 유지할까?'가 훨씬 중요한 이슈이다. 국가도 마찬가지다. 그래서 글로벌 트렌드를 선점하려는 국가와 기업들은 경기 부양과 친환경 경쟁력을 접목시키고 있다.

영국 정부는 작년 11월 발표한 8억달러 규모의 '녹색 부양책'에서 10년 내 100만개의 '녹색 일자리'를 만들겠다고 했다. 미국 오바마 정부의 2009년 경기부양 법안에도 재생에너지, 건물 개선, 배전 설비 등에 대한 540억달러의 투자가 포함되어 있다. 독일 정부는 자동차업계에 총 500억유로를 지원하면서 이 중 일부는 반드시 최첨단 그린카(친환경차) 개발에 쓸 것을 주문하고 있다. 우리나라 역시 '그린 뉴딜'에 향후 4년간 50조원 규모의 재원을 투입하겠다고 발표했다.

▲ 일러스트=박상훈 기자 ps@chosun.com

선진국 정부들의 경쟁적인 '녹색 부양'은 소비자들의 인식 변화와 맞물려 빠른 속도로 산업을 재편할 가능성이 크다.

에너지 절약과 온실가스 감축이 가까운 장래에 선택이 아닌 생존의 문제로 대두되고 '녹색 부양'에 투입되는 재원과 '그린 소비자'들의 부상이 촉매 역할을 하면서 이런 변화들은 파괴적인 혁신을 수반할 것으로 예상된다. 마케팅의 혁신, 에너지 수요의 급격한 변화, 수송과 전력 공급방식의 변화, 산업간 경계의 재편 같은 것들이다.


■월마트(Wal-Mart)와 P&G의 그린 마케팅

이미 구매 접점에서는 마케팅의 혁신이 일어나고 있다. 월마트는 온실가스 감축에 기여하기 위해 고농축 세탁비누만을 취급한다. 세탁비누시장은 전통적으로 '같은 가격에 보다 많은 양'을 추구하기 때문에 이러한 조치는 커다란 모험처럼 보였다. 하지만 월마트의 유통 파워와 친환경이라는 강력한 명분이 결합해 시장에 혁신을 불러왔다. "15억L의 물과 5만t의 포장재를 절약할 수 있다"는 사실에 수긍하는 많은 소비자들이 있었기 때문이다.

P&G는 월마트의 조치에 초기 단계부터 적극적으로 화답했다. P&G는 북미지역에서 저온(低溫) 세탁이 가능한 세탁비누를 개발해 내놓는 한편 세탁시 물 온도를 40도에서 30도로 낮출 경우 소비자가 에너지 비용을 절약할 수 있다는 점을 적극 홍보하고 있다. P&G는 이러한 혁신을 통해 월마트 채널을 통한 제품 판매를 보장받는 것은 물론 늘어가는 그린 소비자들의 지지를 확보할 수 있었다. P&G의 홈케어사업 매출은 새로운 세탁비누 라인의 인기에 힘입어 지난해 6% 늘었다.

소비자들은 기업이 사회에 어떤 기여를 하는지에 민감하게 반응한다. 이 같은 추세는 환경 문제가 부각될수록 확대된다. P&G는 이러한 변화를 기회로 포착한 사례다. 이 회사는 '2008년 한해 동안 물 소비를 7%, 에너지 소비를 6%, 탄소배출량을 8% 줄였으며 전 세계에 4억3000만L의 깨끗한 물을 공급하는 사회 공헌활동을 했다'는 점을 소비자들에게 적극적으로 알린다. 이것이 다시 소비자들에게 P&G 제품을 소비하는 동기를 부여한다. 이 회사는 최근 다보스에서 열린 세계경제포럼에서 '지속 가능한 100대 기업'으로 뽑히기도 했다.


■속도 내는 전기자동차 개발

수송은 전 세계 온실가스 배출량의 5분의 1을 차지한다. 수송 분야의 혁신면에서는 전기자동차의 발전이 두드러진다. 최근 배터리 기술에서 획기적인 혁신이 일어나고 유가 불안이 겹쳐 전기자동차의 개발이 빨라졌다.

2009년 디트로이트 모터쇼에서 GM과 크라이슬러 등은 기존 하이브리드보다 한 걸음 더 나간 플러그인하이브리드(plug-in hybrid) 모델들을 선보였다. 도요타를 비롯한 선도 기업들은 2012년까지 내연기관의 보조가 필요 없는 완전 전기자동차를 출시할 예정이다.

전기자동차 인프라시설에도 투자가 빠르게 진행되고 있다. 가장 민첩하게 움직이고 있는 회사 중 하나는 미국 캘리포니아에 거점을 둔 '베터 플레이스(Better Place)'이다.

세계 최초의 '전기자동차 충전망 관리업체'를 자처하는 이 회사는 이미 이스라엘, 덴마크, 호주 등에서 정부 지원과 현지 파트너십을 통해 충전 인프라 건설을 시작했다. 유럽에선 전기자동차가 2020년 신차 판매 중 절반을 차지할 것이라는 전망도 있다.

수송 분야에는 다른 기술 혁신들도 활발히 일어나고 있다. 미국의 배송업체 UPS는 올해 안에 배송차량에 유압 가속장치를 시험용으로 장착할 예정이다. 이는 엔진이 아닌 저장된 유압을 통해 차를 가속하는 기술로 온실가스 배출을 30% 줄인다. 차량 수명이 다하기 전에 연료와 유지비 절감으로 차량 구입비용을 뽑을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되고 있다.

미국 청정 기술 벤처 중 하나인 트랜소닉 컴버스천(Transonic Combustion)은 기존 내연기관의 효율을 개선하는 기술로 100mpg(마일/갤런)의 연비 달성을 목표로 하고 있다. 점점 강화되는 자동차 배출과 관련된 각국의 규제를 고려한다면 이러한 기술들에 대한 수요는 계속 늘어날 전망이다. 반대로 자동차들의 전통적 연료 수요는 점차 낮아져 갈 것이다.


■지능형 전력망과 그린 빌딩

전력 분야의 변화도 주목할 만하다. 수요와 관심이 커진 태양력, 풍력 같은 재생에너지들은 변동성이 크기 때문에 새로운 전력 부하 관리 방안이 필요해졌다. 이를 위해 '스마트 송전망(smart grid)'이 대안으로 떠오르고 있다. 이는 전기만 보내는 것이 아니라 정보가 함께 오가는 지능형 송전망이다. 쌍방향 통신을 통해 수요 관리와 무인 모니터링이 가능하다.

미래의 전력회사는 발전과 송전만이 아닌 다양한 고부가가치 서비스를 고객에게 제공하게 될 것으로 전망된다. 이미 미국의 엑셀에너지(XcelEnergy)는 발전사와 소비자 간의 '통신' 네트워크 건설을 목표로 지난해 콜로라도주에서 총 1억달러 규모의 투자를 유치해 스마트 송전망 건설을 시작했다.

건물 분야에서는 부동산 가치에 대한 근본적 재평가가 이루어지고 있다. 이미 유럽 각국에서는 건물의 에너지 효율을 높이기 위해 정부가 대규모 재정적 지원과 표준 규제에 나서는 변화가 진행 중이다. 단열재나 빌딩 제어 등의 기술 발전이 이를 가능하게 한다.

영국, 독일에서는 정부가 건물의 에너지 효율 정보에 대해 인증서를 준다. 이를 통해 투명성을 확보하고 주택 거래에도 반영되도록 한다. 맥그로 힐 건설(McGraw Hill Construction)의 최근 자료에 따르면 미국의 상업용 그린 빌딩들은 일반 빌딩 대비 7.5%의 가격 프리미엄을 누린다. 에너지 효율이 높고 친환경적인 이런 건물의 유지비용이 8~9% 적고 임대료는 3% 더 받는 것을 감안하면 전체 부가가치는 훨씬 크다.

이 분야의 선도 기업인 존슨 컨트롤스(Johnson Controls)는 이러한 국제적 변화를 십분 활용하여 빌딩 효율성 제고사업 분야의 매출을 2005년 60억달러에서 2008년 140억달러까지 획기적으로 성장시킬 수 있었다.


■기후 변화와 무관한 산업은 없다

기후 변화라는 글로벌 트렌드는 주거, 수송, 소비 등 사람들의 삶 전반에 연관된다. 때문에 영향을 받지 않을 산업군(群)이 거의 없다. 이에 대비하기 위해서는 우선적으로 관련 리스크에 대한 분석이 선행되어야 한다.

온실가스 배출량에 따른 비용 부담이나 경쟁 역학의 변화에 국한된 분석이 아닌 기존 사업 부분에 대한 전방위적인 리스크 분석이 필요하다. 즉 기존 경쟁자만이 아니라 산업구조의 근본적 변화에서 오는 새로운 경쟁자 및 대체재의 리스크를 파악하는 것이 필요하다.


▲ 롤랜드 빌링어(Villinger·사진 왼쪽) 디렉터는 맥킨지 서울사무소의 대표이며, 김민영 부파트너는 헬스케어 및 기후변화 전문가 그룹의 리더이다.
이와 함께 새롭게 부상하는 신사업 기회를 파악하고 선점해야 한다. 과감한 기술 혁신을 적극적으로 수용해야 할 것이며, 기존 주력 사업이 위험에 처하는 것도 감수해야 할지 모른다. 그래야 산업 경계의 파괴와 혁신의 가속화로 새롭게 열리는 시장을 개척할 수 있다.

화학업체라면 배터리와 플라스틱 단열재의 기술 혁신으로 전기자동차 및 그린 빌딩시장에서 앞서나갈 수 있고, 전력 분야에선 지능형 충전소, 무인 미터기, 새로운 에너지 공급시스템의 '인텔리전트 솔루션' 같은 사업의 가능성을 생각해볼 수 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