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괭이부리말 아이들

peter's net 2009. 2. 27. 00:28


July, 2003

심심해서 집에 있는 책을 뒤적거리다가 느낌표에서 소개했던 괭이부리말 아이들이란 책을 보게 되었다.

평소와는 달리 3시간 만에 뚝딱 다 읽었는데 읽고 난 후의 그 충격(?)이란...

처음 책을 읽을땐 60~70년대 이야기겠거니 생각을 했는데...현재 우리가 살고 있는 2000년도의 이야기였다.

경제 성장의 화려함 뒤에 숨은 극빈자들의 비참한 삶과 파괴된 가정들...그리고 그 속에서 받을 수 밖에 없는 상처들...
그러나 작가는 진정 말하고자 하는 것은 이 가슴 아픈 현실이 아니라 그러한 환경 속에서도 서로 보살펴주고 공동체를 만들어가는 상처입은 치유자(Wounded healer)를 통해 대안이다.

언론에서 날이 갈수록 서민들의 삶이 어려워진다고 한다. 나는 그냥 정기적으로 발생하는 현상이겠거니 생각하고 대수롭지 않게 생각을 했다. 그러나 정작 그들이 받는 고통은 나의 무지만큼이나 크다는 것을 이 책을 통해 알 수 있었다.

참 우연치곤 기막힌 우연이다.

이틀전에 우연히 이 책을 읽고 어제는 봉사활동을 위해 이대 사회복지관을 방문했다.

책 읽고 삘(feel)받아서 봉사활동 하겠다고 가는 것은 아니었다. 그 전부터 TTL intern들과 SK Telecom sunny 자원 봉사 program을 하기로 했는데 그 구체적인 방법을 알아보기 위해 찾아갔던 것이다.

그 전까지 우리의 생각은 좀 어려운 학생들 공부가르쳐주는 공부방을 생각했고 흔히 해오던 과외의 연장선이라고 생각을 했다.

그러나 복지관 선생님과 이야기를 하면서 자원봉사 아니...섬김이라는 것이 말처럼 쉬운 것이 아닌 것을 느꼈다.

자원 봉사를 어정쩡하게 하면 그들에게 더욱 깊은 상처를 주게되고 더 비뚤어져 나가게 되어 안하는 것 보다 못하게 되는 것 같다.

정말 내 시간, 물질 뿐만 아니라 spirit까지 희생해서 돌보아야하고 섬겨야한다.

예수님께서 보이신 것처럼 내가 높은 위치(대학생, 그들에 비해 부유한 사람)에 있어서 섬기고 베푸는 것이 아니라 그러한 껍질을 벗어버리고 종이 되어서 섬기는 것임을 느꼈다.

한 알의 밀알이 떨어져 썩지 아니하면 열매를 맺을 수 없다고 한다. 떨어지고 싶은 마음은 있으나 썩고자 하는 용기는 있는지? 떨어지고 썩지 아니하면 그 밀알은 쓰레기이고 짐이 될 뿐이다.

이러한 귀한 책과 귀한 경험을 하게 한 것. 우연은 아닐 것이다. 이 가운데 들려주시는 하나님 음성은 무엇일까? 잘 생각해봐야겠다.

하나님은 나 하나 잘먹고 잘 살라고 믿음을 주시고 좋은 가정과 학교 그리고 주변 환경을 주신 것은 아닐 것이다. Then...for what?

Not for myself, but for others!


Naver 책소개

책 소개
어린이 책으로 분류는 되어 있지만 청소년이나 성인이 읽어도 참 좋은 책들이 있다. 스테디 셀러인 『괭이부리말 아이들』도 그런 책 중의 하나이다. 본래 두 권으로 된 어린용이 꾸준한 사랑을 받아왔는데, 성인용 판본을 만들어 달라는 방송국의 요청에 의해 양장본으로 새로 태어난 것이 바로 이 책이다.

양장본 『괭이부리말 아이들』은 이런 기획 아래 나온 책이어서, 판형이 좀 작고 삽화도 조금 줄었다. 은은한 표지에 손에 쏙 들어오는 것이 참 예쁜 책이다. 그러나 모양은 달라져도 작품이 지닌 감동이야 어디 가겠는가. 작가의 진한 체험이 밴 문체속에, 인천 만석동 달동네를 배경으로 온 몸으로 삶을 사는 주민들의 이야기가 펼쳐진다. 특히 이 이야기에 등장하는 아이들은 두고 두고 독자의 가슴에 남아 있을 것이다.이 작품의 배경인 '괭이부리말'은 인천 만석동 달동네의 별칭이다. 6.25 전쟁 직후 가난한 피난민들이 모여 살면서 만들어진 이 동네는 인천에서 가장 오래된 빈민지역이다. 작가 김중미씨는 1987년부터 괭이부리말에서 살며 지역운동을 해왔고, 지금은 그곳에서 공부방을 운영하고 있다. 작가의 생생한 경험이 담겨 있는 이 작품은 초등학교 5학년인 숙자와 숙희 쌍둥이 자매를 중심으로 가난한 달동네의 구석구석을 착실하게 그려 나갔다.

숙자의 어머니는 집을 나갔다. 오토바이로 교통사고를 낸 뒤 빚을 잔뜩 진 아버지를 견디다 못해 친정으로 가버린 것이다. 숙자는 어머니의 빈자리를 자신이 메울 준비를 하고 있다. 동네 친구들의 어머니처럼 자기 어머니도 영영 돌아오지 않을지 모른다고 마음속으로 각오하고 있기 때문이다. "아빠, 나 엄마 없어두 돼"하며 오히려 아버지를 위로하는 모습이 코끝을 시리게 한다. 쌍둥이지만 성격이 판이한 동생 숙희를 어르는 모습이나, 친구인 동준이를 따스하게 감싸주는 모습이 마치 '몽실 언니'가 이 시대에 다시 나타난 듯하다.

동수와 동준이 형제의 아버지는 돈을 벌어오겠다고 집을 나가 돌아오지 않았다. 어머니도 일찌감치 집을 나갔다. 고등학교를 중간에 그만둔 형 동수는 친구 명환이와 함께 본드 흡입과 폭력으로 탈출구를 찾는다.

한편, 이 아이들을 자신의 보금자리에서 거두어주는 '영호 삼촌'은 괭이부리말에서 고생고생하며 집 한캄 마련한 뒤 자궁암으로 세상을 뜬 어머니의 장례를 치르고 난 후 우연히 본드에 취한 동수와 명환이를 만나 집으로 데려온다. 동수의 동생인 동준이의 친구 숙자와 숙희도 자연스럽게 영호의 집에 들락거리게 되고, 영호와 괭이부리말에서 함께 초등학교를 나온 숙자네 담임 김명희 선생님도 영호의 부탁으로 동수의 상담을 맡으면서 아이들의 기쁨과 슬픔을 함께 나누게 된다.

김명희 선생님과 영호의 노력 못지않게 가슴 뭉클한 것은 이 책에 등장하는 모든 아이들이 서로 위로하고 의지하며 꿋꿋하게 성장해나간다는 점이다. 언뜻 보기에는 아무런 희망도 의지도 없어 보일지 모르지만, 동수와 명환이 같은 아이도 나름대로 꿈이 있다. 꼬박꼬박 월급 받을 수 있는 기술자가 되는 것, 좋은 아빠가 되는 것이다. 착한 사람으로 평범하게 살고픈 욕망이 왠지 시시하게 보이는 세상에서 이같은 동수와 명환이의 꿈은 오히려 우리에게 커다란 울림을 남긴다.

가출했던 숙자네 어머니는 아이를 가진 것을 알고 돌아왔으나 숙자와 숙희 자매는 아버지를 사고로 잃는다. 크고작은 사건들을 겪어내는 가운데 어느덧 숙자네 집에서는 새해 첫날 아기가 태어나고, 동수는 야간고등학교에 다니면서 낮에는 공장에서 일을 하게 된다. 명환이는 제빵 기술을 배우기로 하고, 김명희 선생님은 그토록 벗어나고자 했던 괭이부리말로 다시 돌아와 아이들 곁에, 괭이부리말 사람들 곁에 남기로 한다. 한편, 영호 삼촌네 집에는 일본으로 돈 벌러 떠난다며 누군가가 맡기고 간 아이 호용이도 함께 살게 된다.

작가의 체험이 절절히 묻어나는 소박하고 진솔한 문체 속에 괭이부리말 사람들의 일상과 믿음직한 아이들의 꿈이 오롯이 담겨 있다. 화려한 성장의 그늘에 가려져 보이지 않는 이 아이들을 한번 쯤 돌아봐 주는 것, 그들의 소박한 꿈이 이루어질 수 있게 하는 일은 이 책을 읽은 사람들의 마음에 오래도록 남는 숙제가 될 것이다.

이 작품에 남다른 애정을 가지고 수차례에 걸친 취재 끝에 꼼꼼하게 괭이부리말의 풍경을 재현해낸 일러스트레이터 송진헌씨의 그림 또한 이 책의 빛나는 부분이다. 거친 듯하면서도 따뜻한 감정이 묻어나는 연필선으로 표현한 주인공들과 괭이부리말 주변 풍경은, 아무래도 이러한 풍광에는 익숙하지 못할 많은 독자들로 하여금 작품에 몰입할 수 있게 하는 좋은 안내자가 되어준다.

사춘기 무렵 아이들의 절실한 고민, 성장기에 겪는 갖가지 갈등과 좌절 또한 뛰어난 현실감각으로 그려낸 이 작품은 초등학교 고학년과 중학생 독자들을 위한 훌륭한 읽을거리가 될 것으로 기대된다. [예스24 제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