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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ork/M&A

롯데, 공격적 프라이싱 왜?

[롯데의 선택]②5000억원대로 입찰가 변경..회수기간 줄일 묘수봤나

롯데그룹이 두산 주류부문 인수를 위해 지불하는 가격은 적정선일까.

전문가들의 의견은 분분하지만 결론은 부정적인 쪽에 가깝다. 시장에 알려진 대로 롯데가 5000억원대에 인수한다면 에비타 승수(EBITDA multiplier)는 13배를 웃돈다.

지난 2007년을 기준으로 두산 주류의 매출액은 3419억원, 영업이익은 214억원에 불과했다. 감가상각비(161억원)를 더해 이 기업의 연간 현금창출 능력을 400억원이라고 후히 평가해도 5000억원을 회수하는 데 13년이 걸린다.

물론 두산이 밥캣(Bobcat)을 인수할 때 지불한 가격도 에비타 승수로 따져보면 12배가 넘었다. 하지만 금융위기로 시장이 망가진 상황을 고려하면 10배가 넘는 가격은 지나치게 비이성적이라는 평가다. 유명 사모펀드(PEF)들이 경쟁을 부추긴 측면이 강하다는 지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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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런 상식에 부합하듯 롯데 역시 지난 12일 본 입찰에서 3800억원을 제시, 후보 가운데최저가를 기록했다는 소문이 나돌았다.

두산그룹이 기대하던 6000억~8000억원 사이의 가격대에는 현저히 못 미친 셈이다.

그래서 두산이 본 입찰 이후 짧은 기간 재입찰을 실시하는 어센딩 비드(Ascending bid)를 실시할 때도 롯데의 인수를 예측하긴 힘들었다.

경영 컬러가 보수적인 롯데가 무리하지 않을 것이란 의견이 지배적이었다.

하지만 롯데는 일주일 만에 1000억원 이상을 올린 가격을 들고 다시 나타나 딜을 거머쥐었다. 어피니티와 서든캐피탈 등 쟁쟁한 상대도 무너질 수밖에 없는 가격이다. 당초 3800억원이라던 첫 입찰 가격도 사실은 4100억원에 달했다.

쟁쟁한 사모펀드(PEF)들이 자금력과 기획력을 휘두른 롯데에 밀려 들러리가 되자 그들의 고공전략은 새삼 주목받게 됐다. 소비재와 유통업에 집중하며 신격호 회장 중심의 하향식 결정체계를 고집했던 경영컬러도 시대변화에 맞게 좀 더 공격적으로 변화한 게 아니냐는 시선이다.

그러나 상황에 따라 신속히 변화하는 뒤바뀐 인수합병(M&A) 전략을 고려한다 해도 가격에 대한 의문은 여전하다. 현재 우리 주식 시장의 평균 이익률 10~12%로 잡고 투자 회수를 위해 두산 주류가 앞으로 달성해야 할 목표 수익률(ROIC)을 계산하면 380~450억원에 달한다는 결과가 나온다.

2007년 치와 비교하면 두 배가 넘는다.

두산 주류의 2007년 시장 점유율은 11.1%. 경쟁사인 진로(50%)에 한참 뒤떨어지는 2등이다. 같은 해 6.3%에 달했던 영업이익률은 지난 3분기까지 4%로 떨어졌다. 이효리, 송혜교 등 연예 스타를 내세워 마케팅 경쟁이 치열했던 2006년에는 이익률이 3.1%까지 급락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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악몽을 기억하는 하이트-진로그룹이 소주 시장에 진입하는 롯데를 바라보는 반응은 민감하다.

영업 레버리지가 높은 주류 비즈니스의 특성상 외형적으로 성장하지 않고는 수익성을 개선하기 어렵다는 게 전문가들의 의견이다.

양적 측면에서 이미 성숙기에 돌입한 '닫힌 구조'의 소주시장에서는 점유율을 높이기 위한 마케팅 전쟁이 벌어질 가능성이 높다는 의미다.

단기적으로 수익률 개선 가능성이 매우 낮지만 롯데가 기대하는 복안은 두 가지. 지방 소주시장 진출과 OB맥주 인수 시너지가 거론된다.

대구와 부산 등 롯데가 이미 유통 상권 확보를 끝낸 지역을 중심으로 지역 정벌에 나서는 게 첫 번째 매출 확대 방안이다.

이 경우 시원 소주 등으로 유명한 대선주조 등과 한판 전쟁이 불가피하다. 지난해 대선주조 경영권을 인수해 엑시트 시기까지 수익률을 높여야 하는 코너스톤 등은 긴장할 수밖에 없다.

롯데는 벨기에 인베브가 매물로 내놓은 OB맥주까지 인수해 시너지를 노릴 수 있다. 이 경우 두산 주류에 퍼부은 오버 프라이스가 합리화될 수 있다는 설명이다. 실제 하이트-진로에 비해 소주-맥주-양주(스카치블루)로 이어지는 주류 통일 포트폴리오를 확보할 경우 예상 시너지 밸류를 무시할 수 없다.

다만 이 시나리오의 성공 여부는 롯데가 OB를 적정가격에 인수해야 한다는 조건이 붙는다.

미래에셋증권 한국희 연구원은 "앞으로 주류 업계에서 롯데와 하이트의 경쟁은 지금처럼 우아할 리 없다"며 "신규 진입자는 공격해야 하고 기존 사업자는 방어해야 하는 제로섬 게임이 될 확률이 높아 보인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