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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ork/M&A

롯데, 두산에 당했나


이 기사가 사실이라면 결국 두산은 법의 Gray Area를 잘 활용하여 1000억원 가량을 번 셈이다.


[롯데의 선택]④두산 사모펀드 활용 경쟁조성 의혹..서든 캐피탈 진의에 관심

공격적인 입찰 가격을 내세워 두산 주류 부문 인수를 위한 우선협상자가 된 롯데그룹이 매각 측의 계산된 전략에 끌려들어갔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국내에서 최고의 인수합병(M&A) 노하우를 자랑하는 두산그룹이 사모펀드를 앞세워 경쟁 분위기를 조성하자, 롯데가 조급함을 이기지 못한 것이라는 분석이다. 실제 롯데는 두 단계로 치러진 입찰에서 예상을 깨고 초반 제시가격보다 1000억원 가량 더 많은 5030억원을 써냈다.

물론 자금력의 우위가 충분한 롯데가 어피니티에쿼티파트너스(Affinity Equity Partners)나 KTB투자증권 등 쟁쟁한 후보를 가격으로 물리친 것이라는 반론도 있다. 하지만 이 경우 경쟁 입찰을 위한 공정한 원칙이 지켜졌느냐가 전제 조건으로 필요하다.

두산이 인위적인 경쟁구도를 조성했다는 의혹은 마지막 입찰까지 인수 후보로 남아있던 서던 캐피탈(Southern Capital) 때문이다.

이 사모투자펀드(PEF)는 동남아와 중국, 한국 등에 투자하며 주로 지역 특화적인(Regional) 바이아웃 전략을 구사한다. 싱가포르와 중국 선전, 서울 등 아시아 주요지역에 사무소를 두고 운영되는 이 PEF는 최근 한국렌탈 인수에 관심을 기울이다 방향을 돌려 두산 주류 인수전에 참가했다.

문제는 서던 캐피탈이 기존 두산 고위층과 인연을 맺고 있다는 점이다. 주인공은 제임스 비모스키(James Bemowski) (주)두산 대표이사 및 부회장. 비모스키 부회장은 하버드대 경영학 대학원을 졸업하고 2004년까지 맥킨지에서 경영 컨설턴트로 활동하며 두산의 중공업 그룹화를 설계한 주역으로 유명하다.

하지만 비모스키 부회장은 두산에 영입되기 전까지 서던 뱅크의 수석부행장을 역임했고 현재도 서던 캐피탈의 고문(Senior Advisor) 역할을 유지하고 있다. 이 때문에 경쟁에 참가했던 일부 관계자들은 두산이 비모스키 부회장의 네트워크를 활용해 서든 캐피탈을 일종의 들러리로 세운 게 아니냐는 지적을 내놓고 있다.

만약 서던 캐피탈이 이런 배경으로 인수전에 참가했을 경우 민사상 공정경쟁 방해로 인한 불법행위가 문제될 수 있다.

두산측은 서던 캐피탈이 컨소시엄을 구성해 인수전에 참가한 만큼 의혹은 없다는 입장이다. 실제 서던 캐피탈은 진대제 펀드로 유명한 국내 스카이레이크(Skylake) 인큐베스트와 컨소시엄을 이뤄 진지성을 갖고 인수를 희망했다는 설명이다.

하지만 서던 캐피탈이 최종 라운드까지 살아 남았는지, 제시 금액이 얼마인지에 대해서는 전혀 알려진 바가 없다. 롯데가 5030억원의 수정안을 내놓자 이 거래는 즉각 종결된 것으로 알려졌다. 일부 사모펀드 관계자들이 "결국 롯데를 겨냥해 딜을 진행한 게 아닌가 하는 의심마저 든다"고 말하는 이유도 그 때문이다.

우선협상자가 된 롯데로서는 인수전에 승리하고서도 개운치 않은 모양새다. 특히 두산 주류 부문과 OB맥주 인수를 위해 내부전략을 철저히 마련하고도 가격앙등을 막기 위해 공식적으로는 부인으로 일관한 모습이 무색해졌다는 평이다. 시장에서 자금력에 상응하는 대우를 받지 못한 셈이다.

롯데는 지난 2002년 미도파 인수전에서도 5800억원을 써내 최종인수자로 뽑혔다. 하지만 관련 실무자들은 포상은 고사하고경쟁자들보다 과도한 인수금액을 계상한 책임으로 문책을 받는 등 내홍을 겪어야 했다.

국내 로펌의 한 관계자는 "두산이 경쟁을 유도했다고 해도 사적 거래이기 때문에 이런 문제는 위법과 적법의 회색지대에 있다"며 "매각 측이 무리수를 두었더라도 공정·자율 경쟁 원칙을 크게 위반하지 않는 한 입증 책임 등의 어려움이 있어 도덕적인 비난 외에 법으로 시비를 가리기는 힘들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