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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K그룹 CIC #1

 
SK그룹 CIC 도입 이후...
2008.04.11 09:59
http://tong.nate.com/cookjava/44444377


요즘 SK그룹 최고경영자(CEO)들은 결재와 회의에 들이는 시간이 훨씬 줄었다. SK네트웍스의 정만원 대표는 “지난해만 해도 하루 5건 안팎이던 전자결재가 요즘 두세 건으로 줄었다”고 말했다. 회의도 주 5회에서 2회로 줄었다. 그는 “경영 책임을 ‘회사 내 회사(CIC)’의 사장에 위임하고 미래전략과 성장사업 발굴에 몰두할 수 있게 됐다”고 좋아했다. 신헌철 SK에너지 부회장과 김신배 SK텔레콤 대표도 마찬가지다. 종전엔 ‘현재’ 및 ‘미러 업무 비중이 각각 2 대 1이었다면 지금은 비율이 1 대 2로 뒤집혔다.

10일로 ‘CIC 제도’ 도입 100일째를 맞은 SK그룹의 달라진 풍경이다. SK는 연초 에너지·텔레콤·네트웍스 세 주력 회사에 CIC제를 전격 도입했다. “부문별 조직을 사업별 조직으로 바꿔 성과를 키우자”는 최태원 SK 회장의 구상에 따른 것이다. CEO가 총괄하던 여러 사업부문을 4개의 CIC로 독립시킨 것이다. CIC별 경영 책임은 부사장이나 전무 급에서 발탁한 CIC 사장에게 맡겼다. 연관성이 많은 수평적 사업부문을 4개의 수직적 회사로 만드는 데 불만도 있었다. 최 회장은 “부문별 조직에서 성과를 내지 않고 묻혀 지내는 부서와 인력이 많다”고 밀어붙였다는 후문이다. SK의 기존 부문별 조직은 업무가 복잡하게 수평적으로 얽혀 있었다. 사업의 성패에 대한 신상필벌이 힘들었다. 당연히 책임지는 건 CEO의 몫이었다. 하지만 사업 영역별로 조직을 짠 CIC제에선 성과와 책임의 소재가 분명해졌다는 평가다.

SK의 한 임원은 “CIC 도입 후 성과를 최우선으로 하는 분위기가 자리 잡았다”고 말했다. 자연스레 CIC별로 사업심사가 까다로워져 돈이 될 만한 사업을 결재서류 맨 위에 올리게 됐다. 또 “CIC 사장이 직접 나서 현장업무를 지휘하기 때문에 효율성도 높아졌다”고 설명한다. CIC제는 조직의 긴장도도 높였다. SK에너지의 한 직원은 “다른 CIC 동기와 늘 비교당하다 보니 전문성을 높여야 살아 남을 수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고 말했다.


CIC 사장 간 경쟁은 더 치열하다. SK는 성과를 낸 CIC의 사장을 미래의 CEO 후보로 점찍겠다고 공언했다. 한 임원은 “전사 차원에서 운영하는 홍보·광고 예산을 더 많이 따오려고 CIC 사장 간에 종종 고성이 오가기도 한다”고 전했다. SK텔레콤에서는 전사 차원에서 집행하는 교육비를 놓고 CIC마다 서로 달라고 요구해 담당자들이 애를 먹기도 했다. CIC별로 자기 특성에 맞는 교육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더 전문성 있는 인재를 유치하려는 노력도 엿보인다.

물론 시행착오나 폐단도 없지 않다. 임직원들은 벌써부터 연말인사와 성과급에 큰 신경을 쏟는다. SK텔레콤의 한 직원은 “돈 잘 버는 CIC는 성과급도 많을 것 같다”며 “신규사업 위주인 우리 CIC는 당장 돈벌이가 안돼 걱정”이라고 했다. 또 다른 직원은 “CIC의 성과에 따라 승진폭도 달라질 것”이라며 “고참 과장·차장 급들은 돈 잘 버는 CIC로 옮기려 줄을 대기도 한다”고 귀띔했다.

◇CIC(Company in Company)=CIC는 기획·생산·판매·재무·인사 등의 독자적 조직을 갖고 독립회사로 운영된다는 점에서 사업부제와 다르다. CEO가 회사의 광고·홍보 조직을 총괄하고, CIC 사장은 각 CIC별 인사 및 경영을 책임진다.


장정훈 기자 [ⓒ 중앙일보 & Join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