컨설턴트가 컨설팅을 하면서 느끼는 보람 중의 하나는
자신이 고생하면서 만든 산출물이 실제로 Client사에 적용이 되어 유용하게 사용되고
그 산출물로 Client사가 성장하는 모습을 보는 것이다.
저자도 성과관리, 전략 실행 컨설팅을 하면서 저자가 해왔던 컨설팅 결과물이 조직에 잘 정착되어 활용하는 것을 볼 때 고생하면서 일한 보람을 느낀다.
하지만 슬픈 불편한 진실은 그러한 Client사는 극히 드물다는 것이다.
참여정부가 들어서면서부터 성과관리에 대한 개념이 확산이 되고 성과관리, 전략경영이 공공기관을 비롯한 국내 유수 조직의 화두가 되었다. 2008년에는 지자체, 공기업, 산하기관 등을 포함한 공공기관의 경우 90% 이상의 조직이 성관관리 체계를 구축을 했고 지금도 구축 중에 있다.
그러나 지금 지속적으로 성과관리가 이루어지고 있는 조직은 얼마나 될까?
공식화된 통계자료는 없지만 저자가 경험한 조직, 간접적으로 알고 있는 조직을 모수 집단으로 봤을 때, 20%정도의 조직만이 성과관리를 지속적으로 하고 있는 것으로 판단된다.
그나마 그 20% 중 상당 수는 상위기관, 경영진의 의지에 의해 반강제적으로 유지되고 있는 것을 고려하면
순수하게 성과관리 체계가 내재화된 조직은 5%~10%로 보고 있다.
이처럼 적지 않은 예산, 적지 않은 시간, 적지 않은 정력을 쏟아가면서 구축했던 성과관리 제도가 잘 정착되지 않고 1~2년 내에 폐기되는 경우가 많은 것이 지금의 현실이다.
그렇다면 이러한 조직내에 잘 정착되지 않고 흐지부지 사라지는 것일까?
흔히 많이들 꼽은 이유는 다음 5가지이다.
1. 컨설팅 결과물이 잘못되어서
2. 강성 노조의 영향 때문에 조직원들의 거부감이 커서
3. 조직의 전략이 자꾸 틀어지기 때문에
4. 성과관리를 담당할 인력이 없어서
5. 성과관리 자체 개념이 생소하고 어려워서
모두 타당한 이유이고 현실에서 많이 듣게 되는 이유이다.
여기에서 저자는 이 여러가지 이유를 시스템의 문제, 사람의 문제, 전략의 문제 3가지로 나누어 보도록 하겠다.
1. 성과관리 제도 상의 문제(Design)
: 구슬이 서말이라도 꿰어야 보배라는 말처럼 조직의 무형적인 성과는 성과관리라는 실을 통해 잘 꿰어야, 즉 잘 구현이 되어야 한다. 하지만 슬프게도 현실적으로 잘 꿰어진 성과관리 제도는 그다지 많지 않다.
전략체계도, KPI, 성과모니터링, 평가 등 성과관리에 필요한 요소들은 다 들어가 있지만, 그 속을 들어다 보면 해당 조직에 적합한 성과를 잘 구현해내지 못하고 있는 빈껍데기 성과관리제도만 많을 뿐이다.
더 구체적인 문제점들을 분석해보면 제대로된 전략을 반영하지 못하는 전략체계도의 문제, 비교 평가 목적으로 만들어진 성과모니터링 체계, 제대로 정의되어 있지도 않은 KPI, 피평가자의 잔머리(?)에 의해 얼마든지 성과를 왜곡할 수 있는 성과 평가 체계 등이 있다.
좀 더 구체적으로 필자가 경험한 성과관리 시스템 상의 문제를 예시로 들어보겠다.
첫번째, 성과관리체계의 문제이다.
필자가 경험한 A기업의 경우 전략체계도를 작성하기는 했지만 전략체계도의 회사명만 바꾸면 똑같이 유사한 회사의 전략체계도로 인식될 만큼 Naive한 전략만을 늘어놓는 전략체계도를 도출했다. 결국 이러한 전략체계도를 통해 도출된 A그룹 성과관리 체계는 형식적인 수준에서만 그쳤고 해당 조직의 성과를 관리하고 모니터링하는 데에 한계를 드러냈다.
냉정하게 이야기하자면 이러한 전략체계도는 A4용지 위에 동그라미로 묶은 To-Do List에 불과하다. 제대로된 전략체계도는 조직의 핵심 사업 프로세스가 드러나야 하고 이 사업 프로세스는 경쟁우위의 원천이 되어야 한다.
두번째, 모니터링 시스템 부재 및 평가시스템의 문제이다.
또 다른 공기업은 철저히 조직평가를 위해 성과관리 제도를 도입하려는 기업이었다. 즉 20여개 되는 팀을 1등부터 꼴등까지 평가하기 위한 목적 그래서 나중에는 성과급을 지급하기 위한 목적으로 프로젝트를 시작했다. 이럴 경우 컨설팅을 하는 입장이나 컨설팅을 받는 입장이나 모두 힘들다. 전략목표, 성과지표, 목표치, 실적값을 도출하려고 할 때, 모든 신경이 '평가결과'에 집중되기 때문에 서로가 서로에게 날카로워지고 팀과 팀간의 비교 평가 의식이 팽배해지기 때문이다.
결과적으로 이 공기업의 경우, 성과관리의 주요 기능 중 하나인 전략이 잘 실행되었는지에 대한 모니터링은 거의 이루어지지 않았고 부서간의 갈등만 야기시키는 결과를 초래하게 되었다.
세번째, 제대로 정의되지 않은 KPI문제이다.
B정부기관은 전에 구축한 성과관리 체계를 거의 활용할 수가 없어서 이를 개선하기 위한 성과관리 고도화 프로젝트를 하게 되었다. 저자가 B기관의 지표들을 보는데 도저희 정량, 정성적으로 도출할 수 없는 지표들이었다. 그리고 그나마 있는 지표들과 전략목표들과 동떨어진 별개의 지표들이었다. 추측컨대 기본적으로 측정할 수 있는 지표를 비슷한 전략목표에 끼워넣은 식이었다.
그 결과 B기관은 조직의 성과를 측정할 수도 없고 관리할 수도 없는 허울뿐인 성과관리 체계를 구축하게 된 것이다.
2. People 문제(조직의 문제 포함)
: 성과관리에 있어서 가장 큰 문제는 바로 People 이슈에서 기인한다. 그리고 가장 어려운 부분도 바로 People 이슈이다. 이 People 이슈를 구체적으로 나열을 하면 성과관리에 대한 개별적인 필요성, 조직문화, 리더십, 신뢰 관계 등이다.
똑같은 성과관리 체계라 하더라고 성과관리 대상인 조직원들의 수용 태도, 조직문화, 리더십, 신뢰관계 등에 따라 어떤 것은 탁월한 전략실행 도구가 되며 어떤 것은 조직원들에게 부담을 주는 족쇄가 된다. 이 때문에 성과관리 체계를 구축할 때 중요한 것이 변화관리이다. 막연하고 피상적인 수준에서의 변화관리는 하지 않는 것보다 못하다. 성과관리 구축 시 필요한 변화관리의 이상적인 모습은 조직원들에게 올바른 성과관리의 목적(전략실행, 성과 모니터링)을 인식시키고 이 목적에 대한 공감대를 얻어내며 더 나아가 성과지향적인 조직 문화를 이끌어내는 것이다.
아무리 좋은 성과관리 시스템이 구축된다고 하더라고 People 이슈가 해결이 되지 않는다면 결국에는 성과관리의 본연의 목적 및 기능을 왜곡하는 방향으로 변질될 것이다.
이 People 문제에 대한 답은 딱히 없다. 그러나 이 People 이슈가 성과관리에 미치는 영향은 크다.
3. 전략의 문제
: 전략의 문제는 조직의 전략이 수시로 바뀌고 전략의 달성 여부가 외부환경 변수에 좌지우지되어 전략 자체가 무의미할 때 나타나는 문제이다. 아무리 완벽한 성과관리 제도를 잘 갖추고 성과관리 체계를 잘 수용할 사람들이 모인 조직이라고 하더라도 성과관리의 대상이 되는 전략이나 사업 모델이 자주 변하고 바뀌는 카멜레온 같은 조직의 경우 성과관리가 잘 정착되지 못할 가능성이 높다.
대표적인 예가 벤처기업이다. 벤처기업의 특성상 기업의 전략 및 전략과제와 사업모델이 자주 바뀌는데 성과관리 체계는 빈번하게 바뀌는 전략들을 거의 반영하지 못한다. 그리고 이들 전략의 달성 여부는 외부 요소에 좌우되기 때문에 조직의 성과가 전략의 달성에 공헌하는 부분이 매우 미미하다.
도리어 이러한 조직에서 어설픈 성과관리 체계는 갓난아이에게 억지로 입힌 두꺼운 갑옷처럼 조직의 성장을 저해하는 독이 될 수 있다.
하지만 이는 역동적이고 변화무쌍한 사업을 영위하고 있는 조직에서는 성과관리가 필요없다는 말은 아니다.
성과관리체계를 구축해야 한다면 첫째, 사업의 역동성, 변화성을 잘 반영할 수 있는 유연한 성과관리 체계
둘째, 조직의 핵심 사업 모델이 잘 구현된 성과관리 체계, 셋째, 이를 잘 관리할 수 있는 성과관리 전문인력이 갖추어져 있어야 제대로 된 성과관리가 이루어 질 것이다.
성과관리는 철학이다.
인간에 대한 철학, 업의 본질에 대한 철학이 있어야 설계가 가능한 것이 성과관리이다.
그냥 단순히 지표관리, 비교 평가가 성과관리의 전부가 아니다.
업에 대해서 가장 잘 알고 어떻게 해야 성과를 향상 시킬지 산고의 고통을 느껴야 제대로된 성과관리 제도가 나온다고 생각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