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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ork/Finance

[공시보면 株價보인다]④ 기업 분할

인적ㆍ물적` 모두 주가에 도움 안된다

지수 상승률 밑돌아 투자재료로 활용 적합치않아

유망사업부문 전문화땐 신규 자금유치 등 메리트



코스닥 등록업체인 플레너스가 최근 영화 사업부문인 시네마서비스를 물적분할키로 하면서 기업분할(하나의 기업을 두개 이상으로 쪼개는 것)이 다시 주목받고 있다. 아직 활발한 증가세는 아니지만 기업분할을 단행하는 업체가 매년 늘어나고 있는 데다, 플레너스의 경우 게임사업 등에 역량을 집중키 위한 조치라는 점에서 긍정적 시각이 우세하기 때문이다. 그러나 플레너스의 사례는 이례적인 것으로 기업분할은 주가 상승에 도움이 되지 않았다는 게 일반적인 분석이다. 기업분할의 정의와 종류, 주가와의 관계를 알아본다.

◆물적분할과 인적분할=물적분할은 모(母)회사가 분리ㆍ신설된 업체의 주식을 모두 갖는 기업분할 방식이다. 분할로 인해 자회사 형태가 되기 때문에 모회사가 지배권을 계속 행사하게 된다.

인적분할은 존속회사의 주주들이 기존의 지분율대로 신설법인의 주식을 나눠 갖는 것이다. 이에 따라 신설회사와 존속회사의 주주가 분할 초기엔 동일하다. 하지만 주식거래 등으로 지분구조가 달라지기 때문에 경제적으로 독립적인 형태를 띠게 된다.

코스닥시장의 등록과 관련해서도 차이가 있다. 물적분할은 분할사 중 일부가 등록 폐지될 수 있지만 인적분할은 각각의 기업이 모두 등록을 유지할 수 있다.

◆기업분할은 왜 하나=주요 목적으로는 △주가 상승을 통한 투자자금 마련 △특정 사업부문의 전문화 △인수ㆍ합병(M&A) 방어 등을 꼽을 수 있다.

주가 부양으로 자금을 마련하려는 기업은 대체로 미래 사업에 대한 투자를 위해 기업분할을 이용한다. 예컨대 어느 비료회사가 바이오산업 투자를 결정했다고 하자. 새 사업에 `올인`하기 위해서는 자금이 필요하지만 외부에서 돈을 빌리면 부채비율이 올라가고 증자도 여의치 않아 부담스럽다. 이럴 경우 기업분할을 하면 기존 비료사업 부문은 회계 투명성을 확보할 수 있고 해당 사업의 전문화까지 꾀할 수 있어 주가 상승이 가능하다. 바이오 부문도 고성장 산업이란 컨센서스가 형성된 만큼 주가수익비율(PER)이 높아 주가가 올라가게 되면 증자를 통해 투자자금을 모집할 수 있는 확률도 높아진다.

굿모닝신한증권 박동명 연구원은 "인간 유전자지도를 작성한 미국의 셀레라제노믹스는 과학계측기기업체 퍼킨엘머 사에서 분할된 업체"라며 "바이오사업에 대한 긍정적인 전망이 호재로 작용해 1조원의 자금을 조달했고 주가도 9달러에서 276달러까지 오르기도 했다"고 설명했다.

사업 부문의 전문화를 위한 기업분할은 바로 플레너스의 예에서 찾을 수 있다. 게임 등 인터넷사업 부문과 영화사업이 섞여 있는 이 회사가 비교우위를 가지는 인터넷 부문에 역량을 집중하기 위해 영화사업부인 시네마서비스 분리키로 한 것이다.

이 밖에 M&A에 대한 방책으로 기업분할이 사용되기도 한다. 인적분할을 통해 기업의 가치를 분산시키거나 물적분할로 기업을 분리한 뒤 매각하는 등의 방법이 있다.

◆PER가 높아야 주가에 호재다=코스닥증권시장에 따르면 지난 2000년부터 2003년까지 기업분할을 단행한 31개 기업(인적분할 12개사ㆍ물적분할 19개사)의 주가는 수익률 면에서 별볼일 없던 것으로 나타났다. `공시일 기준`으로 인적분할을 실시한 12개 기업의 평균 주가 흐름을 보면 수익률이 -10.2~2.1%에 불과해 거래비용을 감안할 경우 바람직한 투자대상은 아니었던 것으로 분석됐다. 인적분할을 통해 시장에 신규 등록한 업체의 주가 추이도 전반적으로 하락세를 면치 못한 것으로 나타났다.

물적분할 기업도 수익률이 -15.3~4.1%로 나타나 매력적인 투자처가 아닌 것으로 조사됐다. `분할일 기준`으로도 인적ㆍ물적분할 기업의 수익률은 지수 상승률에 크게 못미치는 것으로 집계됐다.

전문가들은 기업분할이 주가 상승으로 이어지지 못하는 원인을 PER에서 찾고 있다. 굿모닝신한증권 박 연구원은 "두개의 공장을 갖고 있는 회사가 인적분할해서 두개의 회사가 됐다고 해서 주가가 올라야 할 이유는 없다"며 "분할을 계기로 PER가 높은 기업이 탄생할 경우 주가에 호재로 작용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홍성원 기자(hongi@heraldm.com)